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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14. 2015

소셜커머스아웃렛 ‘디자인링크’ 장기민 대표

어른을 위한 장난감가게, 디자인링크


<자료=디자인링크 홈페이지 화면 캡처>


뚱보 요리사의 병 홀더, 배고픈 원숭이 저금통, 피아노 건반 휴지, 경고합니다 기침하는 폐 재떨이…. 어느 인터넷 쇼핑몰의 제품 리스트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지루한 일상에 잔잔한 웃음을 줄만한 것들이다. 디자인링크는 그런 물건들을 파는,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가게다.


디자인링크(designlink.co.kr)가 처음 문을 연 것은 2011년이다. 지난 4년간 2만4000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 회사는 최근 쇼핑몰의 콘셉트를 180도 바꿨다. 지금까지 아이디어 상품을 파는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몰이었다면, 앞으로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와 아웃렛(Outlet)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쇼핑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의 장기민 대표는 두 단어를 더해 ‘소울렛(Soulet)’이라는 신조어를 시장에 내던졌다.



소셜커머스+아웃렛=소울렛, 유통단계 간소화


그가 말하는 디자인링크의 장점은 소셜커머스보다 싼 가격이다.


“처음 소셜커머스는 구매 담당자가 선택한 소수의 품목만 싸게 팔고, 일정 수량을 충족시키면 구매가 이뤄지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싸게 팔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어느새 소셜커머스에도 판매업자들이 하나둘씩 입점하더니 이제는 오픈마켓과 다를 바가 없어졌습니다”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경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초기 소셜커머스가 소수의 품목을 값 싸게 파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상품을 한데 모아 취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최근의 소셜커머스는 한 품목을 두고 여러 소매업자들이 100~200원 차이로 가격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가격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은 맞지만 각 소셜커머스 별 색깔은 사라진 게 사실이다.


“디자인링크는 오픈마켓처럼 판매자들에게 쇼핑몰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상품을 골라서 팝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제거해 가격 거품을 뺀 거죠. 저희가 직접 공장에 가서 제품 생산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자인링크 장기민 대표.   ©중기이코노미


싸게 팔 수 있는 비결? “제조사 홍보해주고 저가 매입”


인터넷 쇼핑몰의 관건은 얼마나 싸게 제품을 사 올 수 있느냐다. 대개의 경우 소량으로 발주를 한 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추가 주문을 넣는다. 이렇게 구매할 경우 싸게 들여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장기민 대표의 말이다.


“처음 주문을 넣기 전에 제조사와 협약을 맺습니다. 싸게 제품을 공급해주는 대신 저희가 디자인링크에 제조사 홍보를 일정 부분 해주는 겁니다. 생각보다 마케팅에 취약한 생산업체들이 많거든요. 이렇게 할 경우 제조사들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소비자들도 제조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상품에 신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렴하게 제품을 들여온 이 회사는 아이디어 상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정가 대비 40% 이상 저렴하게 판다. 각각의 구매 페이지에는 정가 대비 할인율이 얼마인지를 기재해뒀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정가를 높게 잡아 할인율이 커 보이게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링크도 그런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장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절대 아닙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는 반드시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보고 구매 버튼을 누릅니다. 정가를 속이고 싼 것처럼 파는 게 한두 번은 될지 모르지만 오래할 수는 없을 겁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업체에도 해가 되는 일이고요”


디자인링크는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도 10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고객을 확보한 쇼핑몰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전시효과가 있을 뿐, 회사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처럼 온라인에서 시작한 회사들은 오프라인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알죠. 매장 관리, 직원, 임대료, 수수료 등을 고려해 보면 오프라인이 온라인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장 대표는 영어단어 암기장으로 특허를 내며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을 팔기 위해 발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어 영세 제조업자들의 심정을 잘 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물건 팔러 노량진 일대 발품… “제조사 심정 잘 알죠”


디자인링크가 6월 들어 ‘소울렛’으로 재론칭한 뒤 방문자 수는 전보다 200~300% 늘었다. 우리 제품도 팔아달라는 제조사들의 문의도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온다.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장 대표는 유통채널을 늘리기 위한 제조업체들의 고군분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그 역시 자신이 발명한 제품을 시장에 내 놓기 위해 발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어서다. 그때 나이가 27살이었다.


그가 처음 개발한 사업 아이템은 영어단어 암기장이다. 20대 중반에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던 중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보통 영어단어 암기장은 왼쪽에 영어 단어를, 오른쪽에 한국어 풀이를 적도록 돼 있어서, 사용자들은 한국어 부분을 가린 뒤 영어 뜻을 떠올린다. 장 대표는 단어장에 가림막이 달려 있으면 사용자들에게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특허사무소였다. 특허를 받을 수 있겠다는 답을 들은 그는 그 길로 출원을 진행했다. 그렇게 장 대표는 영어 단어장과 관련된 특허를 3개 냈다. 작은 사업자들은 특허라는 안전장치가 없으면 아이디어를 도용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개발한 영어 단어장의 이름은 ‘메모레이드’다.


장 대표가 20대에 발명한 영어단어 암기장 ‘메모레이드’   ©중기이코노미


메모레이드를 팔기 위해 처음 발걸음을 향한 곳은 노량진이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영어단어 암기장을 가장 필요로 할 곳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노량진이 학원가였습니다. 그곳의 한 서점에 딸린 문구점에 가서 ‘메모레이드’를 매대에 놓아달라고 했습니다. 뜻밖에도 곧장 승낙을 얻어 제품을 팔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장 대표는 서점이나 문구점 곳곳을 돌아다니며 판매처를 뚫었다. 메모레이드 사용법이 복잡하다는 의견이 있어 쉽게 쓰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매대에 비치하기도 했다. 제품은 잘 팔렸다. 초기에 계획한 물량이었던 10만 부를 모두 팔았고, 학교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물건을 잘 팔렸지만 녹록지만은 않은 생활이었다. 장 대표는 “그때 어떻게 견뎠나 싶다”며 혀를 내두른다.


“처음에는 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제품을 만드는 데 목돈이 들어갔고, 판매처에 수수료까지 주고 나면 정작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도 다 떨어져가고 있었고요. 그때 고시원에 살고 있었는데, 창고조차 없어서 제 방안에 메모레이드를 잔뜩 쌓아놓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덩치를 키워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딱 하나, 포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어떻게 버텼나 싶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이 저를 움직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소울렛’이라는 개념이 보다 널리 확장돼 이 분야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6월 27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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