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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10. 2015

제이스퀘어 아트매니지먼트 허정화 대표

“아트 콜라보, 저평가주에 대한 투자”

서울메트로의 펀펀 아트열차를 기획한 제이스퀘어 아트매니지먼트 허정화 대표.


“공연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그에 비하면 시각예술은 아직 제 평가를 못 받고 있죠. 기업과 예술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저평가주에 대한 투자라고 봐요. 곧장 성과가 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꾸준히 한다면 분명히 효과는 있습니다”


제이스퀘어 아트매니지먼트 허정화 대표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패션마케팅을 전공한 뒤 패션 MD로 일하고 계원예고에서 디자인 강의를 해온 허 대표는 지난해부터 미술전시 기획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지하철 내부를 미술 작품들로 채우는 ‘펀펀 아트열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함께였다.


펀펀 아트열차는 서울메트로와 진행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다. 허 대표는 16명의 한국 작가들을 직접 찾아가 프로젝트 제안을 했다.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지하철에 내놓는데 거리낌이 없는 작가들과 뜻을 모았다. 신진작가, 중진작가 등 연령대도 다양했다.


“승객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가들이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자 했고요. 그래서 작품과 해당 예술가의 얼굴 사진을 친근한 모습으로 넣어 봤어요. ‘내 옆 자리에 앉은 사람도 예술가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요”


진행에 앞서 해외 사례도 충분히 검토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를 작품들로 꾸민 경우는 있었지만 열차 안을 채운 사례는 거의 없었다. 흔치 않은 아이디어인 만큼 잘만 하면 이 사업을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펀펀 아트열차 내부 모습. <사진=제이스퀘어 아트매니지먼트>


지하철 안에서의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지하철이었기에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공공질서에 위배돼선 안 된다는 단서조항도 붙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 열차에 탄 시민들의 반응이 그 증거였다.


허 대표는 예술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메트로와 같은 보수적인 공기업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것은 쉬이 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석촌호수에 노란 오리를 띄운 러버덕 프로젝트에 500만명이 몰리고, 서울시립미술관은 인기 아이돌 지드래곤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고, 대기업들은 예술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대는 이미 변하고 있어요. 트렌드를 읽고 기업들이 얼마만큼 투자를 하느냐가 관건이죠. 기술적인 부분은 기본이고, 기업의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할 때예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면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생각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고요”


기업들이 예술가에 지불하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는 게 허 대표 생각이다. 그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한 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쌓아온 내공을 빌려서 쓸 수 있는 기회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예술가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큰 금액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 공연을 후원하는데 드는 비용과 비교해보면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실질적인 금액 부담도 적다고 했다. 공연 후원은 일회성에 그치는 반면 시각예술은 프로젝트가 끝나도 기록으로 남기에 지속적인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


허정화 대표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면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화 대표가 이끌고 있는 제이스퀘어 아트매니지먼트는 기업과 예술가 사이에 다리 놓아주는 기획사다. 예술을 활용해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컨설팅도 한다. 패션마케팅을 전공하고 패션 MD로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변화에 민감한 것이 그의 장점이다.


“패션은 5년 뒤를 예상하고 움직이는 동네예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죠. 그에 비하면 미술계는 다소 보수적인 면이 있어요. 저는 두 곳에 걸쳐 있는 경계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패션계에서 일하며 쌓아온 경험들을 미술계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지금 쓰고 있는 제이스퀘어 아트매니지먼트라는 회사명은 ‘아트기획 허정화’로 바꿀 참이다.


“제 이름을 걸고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죠. 저를 믿고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갈 거고요. 한국만 보고 있지는 않아요.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8월 15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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