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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Nov 06. 2015

핀테크기업 '피노텍' 김우섭 대표

“은행은 몰락한다…핀테크, 선택 아닌 필수”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 영국의 금융시장 분석가인 크리스 스키너가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에서 스키너는 오프라인 지점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고했다. 핀테크 시대를 맞아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 은행들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핀테크기업 (주)피노텍의 김우섭 대표는 ‘은행의 종말’이라는 문구에 방점을 찍었다.


“종말은 한두개가 망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예 은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이제 한국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들어서면 기존 은행들은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김우섭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삼성 계열사에서 재무와 법무 일을 했던 삼성맨 출신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피노텍은 은행에 전자등기시스템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직원 62명 중 연구개발 인력만 41명. 전자등기를 대리하는 방법, 법인등기 신청방법, 대출금 상환시스템 등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등록까지 마쳤다.


(주)피노텍 김우섭 대표


중소기업 솔루션, 철옹성 같은 은행권 뚫었다 


이 회사의 주력상품인 ‘이지로R’은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으로 30분 안에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이다. 피노텍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에 이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처음 제품을 팔기까지의 과정은 무던히 험난했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이름도 생소한 중소기업에 덜컥 담보대출 시스템을 맡길 리 만무했다.


그래도 쉬지 않고 은행 문을 두드렸다. 결국 신한은행의 계약을 따냈다. 처음에는 SI방식으로 택했던 신한은행도 1년간 써보더니 ASP 방식으로 바꿨다. SI(System Integration)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며,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는 사용 실적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일단 신한은행을 레퍼런스로 확보하자 우리은행, 하나은행과의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재 피노텍은 ASP 방식으로 솔루션을 팔아 해당 은행에 담보대출이 발생할 때마다 건당 1만원씩 요금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손해 나는 거래를 하진 않는다. 왜 ASP일까.   


“그게 은행도 편하기 때문이죠. 전자등기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가 바뀔 때마다 양식이 계속해서 바뀝니다. 만약 SI방식으로 한다면 수정할 때마다 우리에게 의뢰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비용이 계속 나가게 되죠. ASP 방식으로 하면 우리 서버에서 수정하면 바로 솔루션에 적용이 됩니다. 우리도 편하고 은행도 좋은 일이죠”


부동산 설정등기 전자서명 솔루션을 신한은행에 구축한 모습. <자료=피노텍>


피노텍 솔루션을 통해 은행들은 편리하게 담보대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하고 법무사가 2~3일에 걸쳐 등기 업무를 대행한 뒤에야 승인이 떨어졌던 것을 30분 안에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이 컸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큰 반면 당장 회수할 수 있는 수입은 크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 7년간 사업을 하며 대출과 투자유치로 100억원 가까이를 끌어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다시는 못할 것 같네요. 그만큼 어렵고 힘들었거든요”


6개월 만에 시총 900억 돌파…희망 쏴 올린 코넥스 상장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꾸준히 담보대출 거래가 발생하며 투자금이 회수되고 있는 덕분이다. 2013년 5억8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에도 상장했다. 상장한 뒤 달라진 점이 궁금했다. 일단 한국거래소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회사의 구매력, 영업력, 대외섭외력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예전엔 만나주지 않던 사람들이 먼저 손을 건네 오기도 하고요. 코넥스 상장법인이라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해 인력 채용도 원활해졌습니다.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진 것은 물론이고요”


무엇보다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우섭 대표는 핀테크가 한국사회를 견인할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코넥스 상장을 통해 주주와 임직원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중소기업 다니는 직원들에게 가장 큰 불안은 고용 안정성입니다. 이제 상장을 통해 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12월30일 3400원(종가 기준)이었던 이 회사의 주식은 6개월만에 1만3100원까지 올랐다. 시가총액은 900억원을 넘겼다. 피노텍이 SI방식으로 제품을 팔았다면 이 정도의 시가총액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향후 꾸준한 미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음 목표는 코스닥시장이다. 그러나 코스닥 입성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향후 추진할 사업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중소기업들의 솔루션을 한데 모아 선보일 수 있는 오픈플랫폼이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앞다퉈 앱을 내놓는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카카오든, 네이버든…“한국서 세계적인 인터넷은행 나왔으면” 


은행을 상대로 제품을 팔고 있는 그는 기존 은행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터넷은행 도입과 핀테크 시대 도래가 금융업계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한국에도 인터넷은행을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써 다음카카오, 네이버 같은 IT기업들이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예금, 대출, 외환 등 인터넷은행도 기존 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돈은 어느 회사에서 빌리든 똑같습니다. 그러니 이자율이 낮은 게 최고죠. 인터넷은행이 들어선다면 예금보다는 대출에 주력할 겁니다”


김 대표는 인터넷은행들이 대출이자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을 주고 임대료가 높은 곳에서 지점을 운영하느라 비용 지출이 크지만, 인터넷은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차 산업인 농업의 시대에 태어나 2차 산업인 제조업에서 삼성전자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저도 일정 부분 일조했고요. 그러나 이제 전자, 철강, 조선은 ‘붕괴’로 가고 있습니다. 핀테크는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안 하면 망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는 핀테크가 한국사회를 견인할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지식정보 중심의 핀테크 산업에서 한국이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누군가는 융성해야 합니다. 다음카카오든 네이버든 한국 기업 중 한 곳에서 세계적인 인터넷은행이 나왔으면 합니다. 거기에 제가 만든 솔루션이 들어가면 좋겠죠.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핀테크라는 새로운 산업을 일군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다는 겁니다. 그게 제 생에서 가장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중기이코노미 2015년 8월 29일자, 월간 <BIZART> 8월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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