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자 루틴: 베이글, 커피, 신문, 스픽, 가계부

by 일곱시의 베이글

육아휴직을 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나의 아침 기상 시간은 반짝이가 일어나는 시간이다. 핸드폰 알람은 없앤지 오래다. 보통 반짝이는 7시 30분 ~ 8시 사이에 일어나고, 그때 나도 함께 일어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반짝이는 분유 150ml를 먹고, 나는 냉동실에서 훕훕 통밀베이글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30초를 데운다. 그 다음 에어프라이 170도 5분을 구워 겉바속촉 베이글을 만든다. 커피는 핸드드립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그라인더와 드리퍼, 서버를 다시 꺼냈다. 집 근처에 원두를 볶던 카페가 폐업하는 바람에 스타벅스에서 별다방 하우스 블렌드 원두 250g을 샀다. 그라인더에 원두를 담아서 갈고, 분쇄된 원두를 드리퍼에 올린 다음 천천히 물을 붓는다. 커피를 다 내리고 나면 베이글도 시간에 맞춰 구워진다. 베이글은 먹기 편하게 가위로 6등분 정도 잘라준다. 그 다음 스키피 땅콩버터를 한스푼 그릇에 담으면 아침 준비 완료!


원두 스푼과 그라인더.


에어프라이에 구워 딱딱해진 베이글의 표면은 내가 먹고, 촉촉한 안쪽 빵은 반짝이에게 준다. 반짝이가 아침으로 베이글을 먹은지도 6개월이 넘은 것 같다. 사실 베이글이 아니어도 빵이라면 다 좋아하기는 한다. 베이글을 먹다 질리면 식빵을 먹기도 한다. 그렇게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먹고 2시간 정도 놀다 보면 어린이집에 등원할 시간이다. 반짝이가 어린이집에 다닌지는 이제 두 달 정도 되었는데, 드디어 적응을 해서 밥도 잘 먹고 낮잠도 자고 오고 있다. 어린이집에 언제 보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둘째를 임신하고 나니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어린이집에 보낼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로봇청소기 돌리기. 반짝이가 로봇청소기를 무서워해서 집에 없을 때만 돌리고 있다. 그리고 나서 종이 신문을 읽는다. 종이 신문을 본지도 6개월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뉴스는 진득하게 집중하기 어려워 신문을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재밌다. 구독료는 매월 25,000원이고, 이제 신문은 예전처럼 집앞으로 가져다 주지 않는다. 구독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2025년 기준 종이 신문 유료 구독률은 4%) 집앞까지 배송해주기는 어려운지, 1층 우편함에 넣어준다. 구독 첫 3개월은 메가커피 10,000원 기프티콘도 줬는데 그 이후부터는 그런 것도 없다. 종이 신문 읽기의 장점은 평소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의 소식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정세나 정치 문제에는 관심이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볼 때는 굳이 클릭해 보지 않았는데, 종이 신문을 넘기다 보면 큰 관심이 없어도 눈에 띄기에 헤드라인이나 일부 내용 정도는 읽게 된다. 종이 신문을 읽으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아침의 문장"을 필사하는 일이었는데, 2월부터는 그 코너가 없어진건지 자취를 감췄다. 아쉬움.


종이 신문을 20분 쯤 읽고 나면 영어 스피킹 앱인 '스픽'을 한다. 작년 3월에 1년치 결제를 해두고 열심히 하다 일이 바빠지면서 몇 개월간 쉬었는데, 휴직하고 나서 다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계속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해서 참 좋은 앱인데 회사 다닐 때는 생각보다 그 10분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귀로 듣거나 입력만 하는 거면 출퇴근에도 할 수 있는데 스픽은 꼭 말로 해야 하는 거라, 퇴근하고 일부러 짬을 내서 해야 한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꾸준히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스픽을 하는 중이다.


그 다음 루틴은 가계부 쓰기다. '루티너리' 앱에 이렇게 신문 읽기 - 스픽 하기 - 가계부 쓰기 순서로 루틴을 등록해 놓으니 다른 건 몰라도 이 3가지는 매일 할 수 있게 되었다. 가계부 쓰기가 뭐 대단한 건 아니다. 급여통장의 변화 내역을 엑셀에 기록하는 것이다. 매일 자잘하게 쓰는 생활비 변동 내역까지 가계부로 쓰지는 않는다. 급여가 들어오는 통장의 수입과 굵직한 지출들을 기록하는 것인데, 주요 항목들을 코드로 만들어서 코드를 입력하면 내역들이 입력되도록 해 두었다.


100 수입 - 근로소득 - 급여

101 수입 - 근로소득 - 육아휴직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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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지출 - 주거/관리 - 아파트관리비

201 지출 - 주거/관리 - 가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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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저축/투자 - 예적금 - 적금

301 저축/투자 - 예적금 - 청약저축

...

400 부채상환 - 주택담보대출 - 주담대 원리금

410 부채상환 - 신용대출 - 신용대출 원금

...

500 보험 - 미래에셋생명 - 보장

510 보험 - 삼성생명 - 보장/실비

...

600 세금 - 재산세 - 주택 재산세

601 세금 - 재산세 - 상가 재산세(토지분)

...


수입/지출 항목 코드의 첫 자리는 Lv1, 두번째 자리는 Lv2, 세번째 자리는 Lv3로 지정하여 코드를 매핑시켰다. 기준정보를 담은 시트는 따로 만들어주고, [Cashflow] 시트에 코드를 입력하면 Vlookup 함수를 이용해 어떤 항목인지가 자동으로 적힌다. 이렇게 엑셀 가계부를 쓴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모든 항목을 키인해서 운영하다 보니 항목들이 꼬이고 일목요연하게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 대대적으로 데이터를 뜯어보고 기준정보를 재정리하고 하니 마음이 편-안.


매년 초 일년 치 가계의 현금흐름표를 만들어둔다. 육아휴직으로 인해 급여가 들쑥날쑥하고, 주택 및 상가의 세금이 연 단위로 큼직하게 있어, 미리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통장에 구멍이 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연 단위 현금흐름 계획을 세워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도 상가 투자를 시작하고부터였다. 당시 공실이었던 상가에 매월 대출 이자와 관리비 지출만 250만원씩 발생했고, 매월 가계에 마이너스가 나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이제 통장에 마이너스가 나는 일은 없고, 휴직 계획을 수립하는데도 훨씬 용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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