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는 단골 카페에 정말 오랜만에 왔다. 거의 매일 출근 도장 찍듯 왔던 곳인데 최근 한 달 이상 발걸음을 끊었었다. 계기라면, 육아휴직으로 수입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겠다. 휴직 후 가장 먼저 끊은 건 카페 지출. 인터넷에서 12,000원을 주고 원두 200g을 사서 한 달간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셨다. 꾸밈비도 사치다. 이제 배가 제법 나와서 봄에 입을 옷이 필요해졌는데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유니클로에서 6만 원짜리 루즈한 셔츠를 걸쳐봤는데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지만 결국 못 샀다. 셔츠를 6만 원이나 주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을 때는 배달도 당연히 안 시켜 먹는다. 엄마가 보내준 반찬에 두부 같은 단백질이 함유된 식재료를 곁들여 먹는다. 그러다 집에서 해 먹기 힘든 것들이 땡기면(이를테면 추어탕 같은 거) 지역화폐가 되는 식당에 가서 사 먹는다. 돈 벌던 시절에 할인가로 충전해 둔 지역화폐가 있어서 공짜로 먹는 듯한 착각이 든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땐 택시 대신 무조건 자차로! 물론 버스나 지하철로 다니면 더 좋겠지만 어린 아이랑 같이 다니기는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예전엔 내 차에 카시트가 없어서 아이랑 같이 다닐 때 택시를 이용했는데 이제 곧 태어날 둘째를 위해 카시트를 하나 더 사서 내 차에 설치했다. 어린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는 게 처음에는 좀 겁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차로 등원할 수 있어서 좋다.
부수입을 마련하기 위해 온 집안을 뒤지져 팔 것들을 찾기도 한다. 최근에 중고로 판매한 큼직한 매물은 바로 2020년에 산 아이맥. 300만 원 넘게 주고 사서 몇 년은 잘 썼다. 2020~2021년에 재택근무하면서 그걸로 일도 하고, 영상 편집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제 집에서 내 컴퓨터를 쓸 일이 없어지면서 활용도가 떨어졌다. 회사 노트북을 집에 가져와 업무를 할 때도 간혹 있는데, 아이맥은 출력 기능이 없어서 쓸 수가 없다. 일반 모니터면 케이블을 연결해 듀얼모니터로라도 쓸 수 있는데 말이지. 여하튼 그래서 아이맥은 100만 원에 처분 완료. 우리 집 근처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디자이너가 사용할 목적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손님맞이를 할 때도 예전엔 무조건 배달이었는데 이제 조금 더 부지런을 떤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 근처 트레이더스에 가서 오리 월남쌈, 초밥, 후토마끼, 크림빵을 사서 왔다. 집에서 직접 만들면 더 저렴하겠지만 그렇게까지는 못 하고, 만들어진 즉석식품을 집에 있는 그릇에 예쁘게 플레이팅 하는 것만으로도 꽤 그럴듯한 한상차림이 된다. 배달음식에 비해 훨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안 쓰는 것에 묘한 희열도 느낀다. 우와, 일주일 동안 나를 위한 소비를 단 한 푼도 안 했어! 대단해! 이 기록을 깨고 싶지 않아 더 안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일을 할 때는 충동적인 소비를 정말 많이 했다.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출퇴근길에 택시를 타고, 커피도 매일 사 마셨다. 잘 입지도 않을 옷을 백화점에서 몇십만 원이나 주고 덜컥 사버리기도 했다. 이른바 시발비용. 돈을 안 벌 때는 안 써도 괜찮은 걸 보면 내가 그렇게 소비 지향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일할 때 유독 돈을 마구 쓰는 걸 보면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려는 듯 보이고, 지속적으로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라는 게 정말 마약처럼 무서운 일이구나 싶다.
오늘은 오랜만에 단골 카페에 와서 비 오는 걸 구경하며 따듯한 카페라떼를 시켰다. 예쁘게 만들어진 라떼를 홀짝거리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제야 비로소 편안하다,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집 앞 카페에 나와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부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