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려도 면접 꼼꼼하게, 채용 중요성이 9할”
내년 1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진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쉽지 만은 않다. 근로자들의 반대 때문이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겠다며 나섰다. 최근 노사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 말만 믿고 근로자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노무법인 ‘원’ 김우탁 대표노무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법적 효력은 없다. 추후 근로자들이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면 감액한 임금을 다시 돌려줘야 할 수 있다”면서 “(쉽게 하려다) 폭탄을 키울 수 있다. 다소 힘들더라도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어 법 테두리 안에서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전례가 있다. 과거 노동부는 정기상여금이라도 고정성이 없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해 왔고, 기업들은 여기에 따라왔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육아휴직급여, 연차수당 등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나온 뒤 근로자들은 모자란 금액을 소급하라며 줄소송을 냈다. 임금피크제 도입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탁 대표노무사는 임금피크제, 일반해고 요건 완화, 총 근로시간 단축이 향후 5년간 인사노무 분야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단계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사안들로 노사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인사평가 지표 노사 함께 만들어야”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최근 노동사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지금까지는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 귀책사유가 있는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만 허용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일반해고’ 요건 완화다. 인사평가에서 하위 10%에 속했다면 기업이 적법하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직원을 내보낼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뚜렷한 이유 없이 ‘평가’라는 두 글자에 해고를 당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업이 이미 해고할 직원을 정해놓고 낮은 점수를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도입된다면 인사평가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싸움이 벌어질 거라 봅니다.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는 타사의 양식을 빌려다 인사평가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인사평가 지표를 근로자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우탁 대표노무사의 생각이다.
“업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압니다. 근로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인사평가 지표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업무에서 어떤 항목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으며, 어떤 부분이 미흡하면 해고가 될 수도 있겠는지를 정하는 거죠. 가령 영업직은 고객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그쪽에 가중치를 두고, 관리직은 자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니 그쪽에 많이 두는 식으로요”
꼭 일반해고의 목적이 아니라도 인사평가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노무사의 말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인사평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구축해 놓으면 연봉협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연봉 협상에 불만을 갖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역량이나 업무 기여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겁니다. 만약 인사평가시스템을 완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봉협상을 한다면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 단축, 2030 “환영” 4050 “반대”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은 현재 주당 68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 총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자는 제안이다. 근로자 한 명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그만큼 신규인력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입법 과정에 있으며 빠르면 내년 초부터 도입된다.
주당 52시간제가 도입된다면 교대제를 택하고 있는 제조업, 서비스업 사업장 대부분이 근로시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김 대표노무사는 말했다.
“신규 채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면접부터 4대보험 가입, 퇴직금 등 부담이 커지니 현장에선 반발이 클 것이라 봅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신규 채용 기업에게 인건비를 월 90만원씩 지급해주겠다고 합니다. 기업은 대내적으로는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대외적으로는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해야겠죠”
김 대표노무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을 바라보는 근로자들 간에도 온도 차가 있다. 소득보다 여가를 중시하는 2030세대는 반색하는 반면, 4050세대는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니 불만을 터뜨린다.
“2030은 소득이 줄더라도 조금 더 쉬고 싶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출로 집을 사서 이자에 허덕이느니 월세 살면서 적게 벌고 인생을 즐기겠다는 주의입니다. 이미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있는 4050은 다르죠.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개인에 따라 선호도 차이는 있지만 현장에서 보면 대체로 세대에 따라 이렇게 갈리는 듯 합니다”
“오래 걸려도 면접 꼼꼼하게, 채용 중요성이 9할”
기업 인사 컨설팅을 주로 하는 노무법인 원은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주된 업무는 중소기업의 인사노무 컨설팅이다. 근로계약서 작성, 급여테이블 설계, 취업규칙 작성, 정부 지원금 신청 등을 대신해 준다. 업무에 따라 월 단위로 수임료를 받기도 하고, 건당 받기도 한다. 중소기업이라면 인사관리 직원 한 명을 따로 두는 것보다는 노무사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한 기업을 1년 정도 관리하다 보면 노무사가 회사 사정을 훤히 알게 된다. 궁금할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퇴직금 산정 기준 등을 물어보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 중소기업 사장들에겐 ‘인사관리 핫라인’인 셈이다.
일선에서 기업과 근로자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듣고 있는 그다. 인사노무 관계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채용 단계’라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채용 단계의 중요성이 9할 이상입니다. 서로를 탐색해 가는 시기죠. 근로자는 근로계약서를 보고 근로시간, 임금, 근무 요건을 확실히 확인해야 합니다. 기업은 채용 단계에서 근로자의 면면을 꼼꼼히 봐야 합니다. 경력증명서 한 장만 믿고 덜컥 뽑아선 안 된다는 얘깁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면접을 2~3번에 걸쳐 보는 등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해야죠. 그것이 장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10월 17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