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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Feb 04. 2016

스몰웨딩 컨설팅 ‘우아한웨딩’ 임현석 대표

스몰웨딩, 관행은 부수고 이상은 현실로

셀프웨딩을 컨설팅해주는 회사 우아한웨딩 인터뷰를 다녀왔다. 잠실에 있는 사무실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땐 직원들이 꽃을 손질하고 있었다.


웨딩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는 움직임이 좋았다. '원래 그렇다'며 자조하는 사람들 속에서 '원래 그런 게 어디있냐'며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좋다.


바다를 보며 예식을 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원한다면. <사진=우아한웨딩>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결혼은 집  앞마당에서 하라셨다. 농담처럼 들리던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아버지는 딸의 결혼을 기다리며 몇 달 전부터 마당에 꽃을 심었다. 결혼식 날에는 예식과 피로연, 디제잉파티가 이어졌다. 신부 아버지는 누구보다 즐겁게 그 파티를 즐겼다.


영화에서 나오는 결혼식 얘기가 아니다. 요즘 젊은 층에서 조금씩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몰웨딩의 한 장면이다. ㈜‘우아한웨딩’은 이런 예비부부들의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는 회사다. 레스토랑, 펜션, 공원 등 특별한 장소에서 결혼하려는 고객이 있다면 장소를 물색해 예약해 준다. 전구, 초, 꽃, 색종이 등 고객이 원하는 장식도 식장에 어울리게 연출해 준다. 집 마당에서 결혼한 부부도 이곳의 도움을 받았다. 신부 아버지는 우아한웨딩 직원들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단다.


‘우아한웨딩’은 스몰웨딩을 준비하는 고객의 결혼식을 연출해주는 회사다. (오른쪽부터) 임현석 대표와 연출자인 장지현 마스터큐레이터.


우아한웨딩의 시작은 다소 엉뚱해 보인다. 웨딩업계 종사자가 독립해서 창업하는 일반적인 루트가 아니다. 웨딩업과는 무관하게 살던 30대 미혼 남성인 임현석 대표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의기투합한 앱 개발자도 남성이었다.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웨딩업계 종사자였던 장지현 마스터 큐레이터가 합류하면서부터다. 장 큐레이터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발휘하는 한편, 임 대표는 기존 웨딩업체들이 가진 한계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웨딩업계는 컨설팅업체가 편리하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혼에서 필수라고 얘기하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만 봐도 그렇습니다. 웨딩컨설팅업체들은 예비부부들에게 스드메의 항목별 단가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임 대표의 말이다.


항목별 단가 비공개는 웨딩업계 불문율이다. 이들은 스튜디오, 드레스숍, 미용실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항목별 단가를 알려주면 마진율이 노출된다. 소비자가 직접 해당 업체들과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임 대표는 이런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비부부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각각의 항목이 얼마인지 알려주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자유롭게 빼거나 다른 업체로 바꿀 수도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직함 대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왼쪽부터) 제이넵, 헤일리, 제니, 수, 스캇.


현금 장사 위주인 기존 업계의 관행도 바꿔 보려 노력 중이다. 현금과 카드결제 가격을 동일하게 받는 것이다. 다수의 웨딩업체들은 고객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현금가 할인을 제시한다. 현금영수증 발급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웨딩컨설팅업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으로 발급거부는 불법이나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스드메 현금’이라고 검색만 해봐도 카드라는 이유로 가격차별을 당했다거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당했다는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임현석 대표의 생각이다.


웨딩 전문 오픈마켓도 구상 중이다. 부케, 드레스, 소품 업체들이 우아한웨딩 사이트(wooawedding.com)에 입점해 물건을 팔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촬영도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팔 생각이다. 예비부부가 굳이 컨설팅이 필요하지 않다면 사이트에서 필요한 것만 구입해 결혼을 진행할 수 있다. 컨설팅 수입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결혼문화를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에 동참하는 구성원들의 만족감도 크다. 장지현 큐레이터는 “예비부부들이 꿈꿔온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기존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라 자부한다”고 했다. 임현석 대표는 “고객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한다는 건 소중한 경험”이라며 웃었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2월 2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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