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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y 16. 2016

넷피아 '꿀업' 이판정 대표

키워드광고에 고객 뺏겨 대안포털 만들다

“포털의 대안은 사람이다. 사람 한 명이 어떤 검색엔진보다 낫다고 믿는다” 20년간 인터넷사업을 해온 넷피아 이판정 대표의 말이다. 모든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며, 결코 사람을 따라올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다른 자리로 대체할 뿐이죠. 기술 발전은 일자리를 늘려왔어요. 세탁기의 발명은 주부를 가정에서 해방시키고 일자리로 나오게 만들었고요.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택시기사가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넷피아·콤피아 이판정 대표   ©중기이코노미


㈜넷피아는 창업한지 스무 해를 넘긴 중견 인터넷사업자다. 1995년 창업한 이판정 대표는 1997년부터 자국어 인터넷주소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주소창에 한글로 회사명을 치면 바로 해당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서비스다. 넷피아가 전 세계 처음으로 자국어 인터넷주소 사업을 시작해 95개국에 이를 보급했다. 그러나 인터넷 브라우저 회사에서 인터넷주소 체계를 바꾸며 이 회사 사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유사 서비스를 출시한 경쟁사들과 특허 소송도 잦았다. 최근 5년간은 이렇다 할 새 사업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절치부심해서 올해 1월 시작한 것이 대안포털 ‘꿀업’이다. 모바일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콤피아’라는 법인도 만들었다. 꿀업 포털 검색창에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을 입력하면 곧장 해당 기업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서비스다. 기존에 갖고 있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약 500만개의 업체를 등록해 놨다. 인터넷주소창에 한글로 기업명을 입력하면 곧장 기업 홈페이지로 연결됐던 것과 같은 이치다. 예전에는 이것이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가능했다면, 이제는 꿀업 포털에서 해야 한다는 게 차이다.


이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자사 고객을 다른 회사에 빼앗기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가령 신발을 파는 한 중소기업의 이름을 기존 포털에 입력하면 해당 기업 홈페이지보다 먼저 뜨는 것이 키워드광고다. 각종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포털에 광고비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꿀업 키워드 숍 주인(KSO)이 ‘일본여행’ 키워드를 구입한 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한 모습.<자료=꿀업 홈페이지 화면>


키워드광고 검색 결과는 광고주 입찰가격 순으로 노출된다. 가장 높은 입찰가를 부른 기업이 가장 먼저 소비자 눈에 띌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분명 해당 기업의 이름을 입력했음에도 다른 기업이 고객을 가로채간다는 설명이다.


“영문도 모른 채 자사의 고객을 빼앗기는 겁니다. 포털에 키워드광고비를 주고 고객을 되찾아오고 있죠. 업계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중소기업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든 게 꿀업입니다”


꿀업에서 기업명을 입력하면 곧장 해당 기업 홈페이지로 넘어간다. ‘일본여행’처럼 기업명이 아닌 키워드들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팔고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키워드광고 수입은 모두 포털에 귀속됐다. 소비자가 키워드광고를 클릭하면 광고주는 포털에게 광고비를 지급했다. 꿀업에서는 키워드광고 페이지 자체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팔기로 했다. 수익 분담은 광고 페이지 구매자가 70%, 꿀업이 30%다.


꿀업에서는 키워드광고 페이지 구매자를 키워드 숍 오너(KSO:Keyword Shop Owner)라고 부른다. KSO가 ‘일본여행’이라는 키워드숍을 구입한 뒤 항공, 숙박, 교통, 관광지 등 일본여행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면 꿀업에서는 이 콘텐츠가 가장 먼저 노출된다. 꿀업 이용자가 일본여행에 대해 질문하면 KSO가 대답도 해준다. 사람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는 것이 이판정 대표의 생각이다.


1996년 창업한지 1년째 되던 해 이판정 대표의 모습.<사진=㈜넷피아·콤피아>

포털 사용자 입장에서는 키워드숍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여타 포털과 다를 바 없다면 굳이 꿀업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이 대표는 “키워드숍 오너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 생각이다. 한 키워드에 KSO를 다섯 명까지 허용한 뒤 더 많이 추천을 받은 페이지를 먼저 노출시킬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블로거들이 콘텐츠를 생산해도 수익은 포털에서 가져갔다. 이를 나눠 갖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포


KSO 선발도 꼼꼼히 할 생각이다. 해당 키워드에 대한 KSO의 전문성과 운영계획 등을 들어보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제작할 사람을 뽑는다.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불량한 콘텐츠는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3년 안에 KSO를 1만개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사업입니다. 먼저 한 사람이 있으면 참고라도 할 텐데 그럴 수가 없네요. 경쟁사들이 생겼으면 해요. 같이 시장을 키워야죠. 경쟁사에서 시작한다고 하면 기술료를 일부 받고 특허를 공유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도 서두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천천히 가야죠. 설악산에 처음 길을 낸다는 심정으로요”


취지는 좋지만 어려운 길이다. 양대 포털은 견고하다. 사업자들에겐 매력적인 수익모델일 수 있지만 기존 포털 고객을 끌어오기란 쉽지 않다. 포털은 플랫폼 사업이다. 고객이 모여야 수익모델도 생긴다. 입에서 맴도는 질문은 한 가지다. 기존 포털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그림이 다릅니다. 꿀업은 세계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한국어 키워드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로도 서비스할 수 있게 현지 사업자들과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현지 연구진들과도 협력 중이고요. 국내 포털들이 잘 나간다 해도 한국 외에선 사업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가 이미 넘어섰다고 봅니다”


중기이코노미 2016년 5월 14일자, 월간 <비자트> 5월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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