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여름, 밤,

by 일곱시의 베이글


긴긴 하루를 마치고 마을버스 막차를 탔다. 안녕하세요라고 우렁차게 외친 기사님은 내릴 때도 안녕히가세요 한다. 나도 우렁차게 감사합니다 한다. 나는 막차에서 몸을 꺼내 집으로 돌아가고, 기사님도 길었을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한다. 나를 집까지 싣고 와준 이에 동질감과 감사를 느낀다.


버스에서 내리니 초여름 냄새가 난다. 여름밤에 태어나서일까? 여름밤이 정말 좋다. 이유 모를 설렘이 든다. 낮에는 작열하던 태양도 8시가 되면 어김없이 떨어진다. 달아올랐던 땅은 서서히 식는다. 맥주 한잔 마시기 딱 좋은 날씨다.


하이힐을 벗고 걸었다. 맨발이면 더 좋았겠지만 스타킹과 땅바닥이 닿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발과 땅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가죽은 내 두 손에 들렸다. 발바닥에 울퉁불퉁한 땅의 질감이 느껴진다. 여름 밤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