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6 문화도시 김해 뉴스레터 게재글
올 한해 김해문화를 돌이켜 볼 때 가장 의미있는 몇가지 일들 중 하나는 많은 진통들을 겪는 가운데 문화다양성조례가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름을 존중하는 일은 단순히 우리의 수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태도의 변화라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서로 ‘소통’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겠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불통’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김해에서는 그 중 한가지가 이주민의 문제다. 김해의 다양한 키워드 중 하나가 ‘다문화’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문화’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아직도 내국인들의 일부는 이주민들을 배려의 대상 내지는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문화특화조시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김해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이주민들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문화공존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김해의 이주민들과 선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축제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함께 행복한 도시로 만들어가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첫 번째 회의의 시간에서 그동안 고민되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주민들이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살다보니 국가마다 모임이나 조직구성의 차이가 많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 모이다보니 프로젝트의 운영이 한달두달 넘어가는게 일반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주로 한국에서 진행되는 ‘다문화’행사는 이주민들을 동원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왔다. 실제 이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축제의 구색맞추기라는 지적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몇해 전부터 이주민들의 축제에 함께할 기회들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주로 독립기념일이나 설과 추석등에 모여 그 날 하루만은 그들만의 축제를 자발적으로 만든다. 이번 문화공존페스티벌은 기존 이주민 커뮤니티들이 이제는 김해의 구성원으로 그들의 자국행사를 보다 잘 만들어가고 지역민들과도 함께 할 수 있게 해보자는 것이 목적이었기 까닭에 더 이상 동원되는 행사가 아닌 그들의 축제에 초대하는 행사로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초 경남글로벌넷워크의 조직을 시작으로 이주민 커뮤니티의 활성화와 지속적인 소통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4월부터서 12월까지 장장 8개월간 5개국 커뮤니티의 축제를 진행하며 조금은 부족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리랑카, 미얀마,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다섯 개의 나라의 활동가들은 각 나라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정말 없는 시간,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수고하는 실무진들을 보며 수고의 결과들도 잘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 각자의 프라이드로 보여기가 아닌 ‘진짜‘가 축제마다 존재했다.
본 사업에서 코디네이더로 활동하면서 이주민들의 다양한 애로와 지역민들과 가깝게 소통하기가 힘든 부분에 대한 이해가 증대되었다. 단순히 언어의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과 소통할 준비가 덜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조금씩 나아져 이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역사회가 바뀌어 가는 일들을 보게된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낸다.
이제, ‘배려’를 넘어 ‘소통’, ‘소통’의 시간을 넘어 ‘공존’의 시간이 왔다.
다음 세대를 함께 살아내야 할 파트너, 아니 이웃으로 우리의 인식이 전환되고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문화’시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가 되었다. 특별히 문화로 공존하는 일이 시대적 해법일 수 있겠다. 거기에는 충분한 존중감이 필요한 것이다.
2020, 보다 달라진 김해, 조금은 문화로 성장된 김해를 꿈꿔본다.
지금, 우리의 연말이 그래도 따뜻한 이유는 조금씩 변화되는 김해의 희망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김해시민들이 그 꿈들을 이어가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