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에서 코어-워킹으로...(2020.12.진주의창 기고글)
벌써 12월의 시작과 동시에 2020년도의 마지막 한달이 남았습니다. 무심한 듯, 다행인 듯 계절은 어김없이 추위를 몰고왔습니다. 올 해의 겨울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벌써부터 마음이 시립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기로 현 상황이 더 악화되어 사회적격리 3단계가 진행되면 줄을 이어 위기를 넘어 곳곳에서 금이가고 무너지는 일들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하며 더 큰 위기를 전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껏 수많은 위기속에서도 잘 버텨온 민족성을 생각하며 한번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올해초 코로나의 발병 소식과 확산 소식을 들으면서 또 하나의 전염병이겠거니, 얼마 안가 감기처럼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일상을 파고드는 것을 보면서 위기를 느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김해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불안을 느끼며, 코로나의 팬더믹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면서 지역의 예술인들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같은 마음에 ‘온 스프링’이라는 기획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공연하고, 기금으로 대구시민들에게 보내는 일을 진행했습니다. 마치 타이타닉이 침몰할 당시, 선상 연주자들이 마지막까지 음악으로 피난민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그렇게 지역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무브먼트는 경남도 전역으로 전해지며, 시즌2로 5개지역을 순회하면서 각지역의 공간을 소개하고, 지역 상황을 알려내고, 예술인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례적으로 11개 민과 관, 그리고 중간조직이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최근 화두인 제대로 된 거버넌스의 건강한 사례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계속 바램으로 가져왔던 코로나의 종식은 7월을 넘고, 8월을 넘어서까지 계속됩니다. 문화예술활동 중 축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계획된 일정들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할 일을 잃게 되고, 생계를 위해 커피숍, 쿠팡등 아르바이트로 당장의 어려움을 피해보려했지만, 그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점점 본업이 아닌 버티기를 위한 일이 삶이 되어가져 자괴감이 들거나 하루하루 예술과 멀어지는 자신을 보며 마음에 안타까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예술인지원으로 적은 금액의 지원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일반 영역에서 기준들이 마련되어 에술인들의 특수 직업군의 성격에 기준이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아 혜택받지 못하는 일들이 많고, 실제적인 도움보다는 조금은 더 버티는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버텼는데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마음은 점점 더 무너져만 갑니다.
마스크 쓰는 것이 일상이 되고, 마스크를 벗으면 사람을 알아보기 힘든 웃픈 상황들이 연출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사회를 더 삭막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당을 가기가, 극장을 가기가, 늘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상이 이제 더 이상 일상에서 멀어졌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일상에도 불평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배워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키워드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키워드가 바로 ‘포스트 코로나’입니다.
코로나가 오기 전으로 회복되는 것이 이제는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고, 우리에게 닥친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잘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지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두드러지진 활동은 비대면, 소규모 공연 문화입니다. 그동안 방송매체에만 의존하던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의 급격한 보급으로 인터넷티비시대가 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유튜브가 전 세계 영상시장을 장악하고, 틱톡과 그립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튜브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많은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유튜브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방송들이 시도되어 왔고,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그 시도들은 극대화된 듯합니다.
초기 휴대폰으로 어설프게 촬영하여 올리거나 라이브 중계를 하던 것이, 서서히 경쟁이 되고 경험에 의한 전문화가 되어 가면서, 영상미, 화면구성등도 퀄리티가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세대간의 갈등이 더욱 양극화되어 디지털문맹에 대한 이슈도 제기 되고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소통이 쉽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이 격차의 해소와 고객확보를 위해 직관적인 UI의 등장과 가전제품들의 스마트 콘트롤등의 시장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공연과 전시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설 자리가 생겨도 함께 호흡할 관객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온라인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가상전시등으로 예술활동의 형태가 변형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체험키트형태로 제작하여 배송하고, 영상으로 활용법등을 교육하는 형태가 대세입니다.
모두에게 처음, 모두에게 참 낯선 일입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공연을 보고,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것에 또 한번 감사를 느낄 수 밖에 없으면서도, 락과 포크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우퍼의 댐핑에 몸을 맡기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퍼포먼스와 이야기,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지낸 중년이상의 이들에게는 참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감성과 울림을 느껴보지 못하고, 화면으로 감상해야하는 2020년도를 지내는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 사이 공연, 축제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꾸려나갔던 음향, 조명등 하드웨어업체들과 렌탈팀들이 하나둘 무너지는 소식이 들립니다. 국내에서 대규모행사를 빠짐없이 참여하여 진행했던 큰 회사들이 20년만에 해체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거기에 속해있것나 함께 일하던 많은 이들이 실직을 하거나 추가로 폐업하는 소식이 들립니다. 부푼 꿈을 안고 대출로 산 장비들이 이자를 낼 수 없어 헐값에 내놓아보지만 그 마저도 판매가 잘 되지 않습니다.
천천히 되짚어보면서 앞으로를 고민해 볼 때, 우리에게는 약간의 희망이 보입니다. 바로 ‘로컬’과 ‘플랫폼’입니다. 많은 이들이 너도 나도 온라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비슷한 콘텐츠와 방식들이 두 번 눈이 가지를 않습니다. 가끔 상식선에서 이해안되는 영상들이 엄청난 조회수를 보이는 것을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런 영상들의 공통점이 본인이 할 수 없거나,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여기에서 하나의 해답을 발견합니다.
‘로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 꾸미지 않는 소위 레알(real)한 것들이 콘텐츠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당연할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놓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가장 자신있는 것, 나는 항상 누리지만 남이 잘 누리지 못하는 것이 ‘로컬’콘텐츠가 가질 수 있는 힘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지역의 정체성을 녹여내어 많은 이들이 관심가질 수 있게 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두 번째, ‘플랫폼’에 관하여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분야가 다양하게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형 플랫폼이 현재 변화이 시점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됩니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어떻게 보면 그들만의 리그로 대중화 소통해야함을 알면서도, 예술과 대중성의 경계에서 고민을 하다 정작 포인트를 잃을 때가 있습니다. 예술의 본질은 향유되어야 가치가 올라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포스트 코로나에 함께 누릴 수 있는 방법적인 고민들은 다양한 분야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협업하여 시너지를 내어야 합니다.
이렇게 작업된 대표적인 플랫폼이 저희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놀라’시스템입니다. IT기업인 부산의 징검다리커뮤니케이션즈와 김해에서 문화기획과 활동가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엠에이사이트를 비롯한 여러 문화기획자들이 만나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리스크를 찾아내고, 관점이 다른 분야의 이야기들을 수용해가면서 1년이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오면서 정말 실무에 적합하고 이용자 편의성이 높은 문화예술 홍보, 프로젝트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자체 개발인 놀라플레이스등 가상전시기능까지 더해져 최근 비대면프로젝트에 많은 제안들과 실행을 해보고 있습니다.
비대면 라이프가 오래 지속되면서, 위에서 언급한 이종간의 코워킹(coworking)이 주류가 되고 있다면, 다음은 코어-워킹(core-working)이라 생각됩니다. 많은 인원이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니 가장 큰 변화가 랜선위주의 사업이었다면, 이것에 갈증을 느끼거나 생계를 해야하는 이들에게는 이를 병행한 소규모의 임팩트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질 수 있겠습니다. 이전의 어쩌면 소모적이거나 집중되지 않은 모임보다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코어그룹들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변화가 될 것입니다. 다만, 우려는 지금도 조금씩 디지털문맹의 주류 연령층인 유아나 노년층과의 간극이 커지는데, 이렇게 코어 형태의 모임들로 변화된다면 결국 또 평등하게 참여의 기회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면초가!
어쩌면 우리에게 닥친 상황이 사방이 다 막혀버린 답답한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초적으로 돌아가더라도 본능적으로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예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부터 지역의 경쟁력이 힘을 발휘 할 것입니다.
코로나 상황 덕분에 우리는 어쩌면 보다 많은 간접적인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불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일들에서 자유로와져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전시, 공연등을 조금은 아쉽지만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티켓금액이 20만원 이상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오페라의 유령같은 평소 마음먹지 않으면, 아니, 마음을 먹어도 보기 쉽지 않았던 공연들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거나,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고자 무료로 나눔하는 공연들입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요?
우리가 지켜야할 것과 변화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빼앗긴 들녘의 봄을 기다리기 보다는 우리의 다음을 조금 더 고민하고, 우리의 약점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하여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볼 수 있다면, 이 시간을 지나면서 오는 시련과 그 시련에서 오는 우리의 성장이 매우 가치로운 삶으로 드러나 질 것입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이 보다 예술적인 일상과 삶으로 한 단계 업글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컬’인으로 보다 자존감 높은 삶을 살게 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