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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원재 Feb 08. 2021

다시 부르는 로컬의 미래

로컬 로커! 29호 가수 정홍일이 보여주는 로컬의 저력

지방...변두리...
지방대, 지잡대...
그저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박탈당하고,
어쩌면 늘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악으로 깡으로 현실과 외압을 버텨내면서
보편적 기준안에서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 싶은 열정과 욕심으로 내 선후배, 친구, 제자들은 그렇게 살았다

20대의 중반까지 국민학교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지방을 벗어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는 딱히 부족함이 없었지만, 끊임없는 비수도권이었기에 불편함이 많았다
결국 대학원을 수도권으로 가게되면서 중앙을 경험했지만, 좋지 않은 공기탓에 얻은거라곤 만성 비염밖에 없는 듯하다
굳이 따지자면 거기라고 별거없고 다 사람사는데라는 것...

2018 제13회 김해뮤직페스티벌’연어’

지난 15년간 실용음악학원에서 입시생들을 가르치고 진학지도하면서 입시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중앙’입성의 이유들로 진학지도를 하면서 참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학생들이 늘 핸디캡을 가지고 시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의 열악함이었다
오전에 시험을 치르는 학교들은 전날가서 불편한 잠자리와 환경을 벼텨내며 완벽하지 못한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르기 일수였고, 그러기에 이들은 더욱더 전투모드로 상황을 극복해 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야 할 것같아서 어쩌면 학생들에게 여유나 칭찬에 인색해지고 빡빡하게 가르친듯하여 아직도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수도권과 상위권 학교들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지금 그들은 또래에서도 음악씬에서도 인정받는 아티스트들로 성장하여 좋은 소문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미 그 시작에서 다른 시작점으로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5년도 창원의 한 카페에서 처음 홍일샘(평소부르는대로 표현하고 싶어서)을 처음 만났다.
지역에서 기타리스트로 꾸준히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한 뮤지션의 공연에 응원차 참석하여 뒷풀이 자리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때도 음악에 대한 진중하고 무게있는 이야기들을 내어놓는 모습에 관심이 생겼다
2006년도부터 ‘연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출신이나 지역에서 활동중인 뮤지션들을 찾아내고 함께 꾸준한 무대를 만들고 있던터라 새로운 뮤지션과의 만남은 참 반가웠다

이후 여러가지 활동들로 종종 만날 일이 생기고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오면서 자주 만남을 이어갔다
많이 이들이 그렇듯 당시에도 음악활동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지역에서는 쉽지 않았기에 함께 상황을 뚫어내어보려고 공연도 만들고, 가르칠 기회도 계속 만들어보면서 서로가 버티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 가족들과도 가깝게 지내게되고 주변의 다양한 만남들을 만들어가면서 활동을 이어갔고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홍일샘 스스로도 다양한 영역으로 음악을 확장해가는 계기를 마련해보고 있었다

‘김현식 트리뷰트’’바크하우스와 헤비메탈여행’등 기획공연을 만들어보면서 그의 음악적 역량 뿐만아니라 자부심, 애정,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때마다 집중력이 참 대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의 감정은 그 때 남겼던 기록​(클릭하면 이동)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전설의 가객 김현식을 노래하다(2017.01.15 공간EASY/김해)

보기에는 참 멀쩡하고 멋있는 홍일샘이지만 2%의 허당끼가 그를 참 인간적으로 만들어준다
무언가를 결정하고 하기 시작할때 항상 200%를 다해 열심히하는데 결과물이 아주 완벽하지 못할때, 아픈 기억이지만 셔터를 지나다 다 빠져나오지도 않고 일어나는 바람에 부딪혀서 크게 상처가 났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멋적게 웃는 그의 모습은 ‘순수’ 그 자체다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곤조(?), 그리고 좋아하는 밀맥이지만 건강 챙기는 아내 눈치보면서 망설이고, 맞다고 우기다가도 틀린거 확인되면 쿨하게 ‘쏘리’하는 그냥 그런 사람...

늘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꾸준하게 로컬을 지켜온 로커...

사람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다
방송을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더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이 보였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
그런 소박한 우직함이 전설의 시작, 그가 이야기하는 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도 가끔 홍일샘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났는데,
요즘은 노래를 들을때마다 감정이 올라오고 눈물이 난다
그동안의 애씀을 알고, 버텨온 세월을 알고, 꿈을 알기때문일까?
마치 예전 입시생들처럼 매주 서울과 김해를 왔다갔다하면서 다른 이들에 비해 좋지 않은 조건으로 불편한 숙소와 연습환경을 이겨내면서 한걸음씩 뗀 발걸음의 이유는 이제 로컬의 자존심이 되었다.
이미 열악한 조건에서도 빛이 나버린 승자이지 않을까?
아무런 희망이 없던 시절, 희망을 보고 그것을 노래한 청록파 시인의 싯구처럼, 로컬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다음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한 마리 ‘연어’ 29호 가수 정홍일에게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 세계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흔드는 로컬의 저력 정홍일을 기대해본다

2020.11.01 제15회 온라인 김해뮤직페스티벌’연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넘어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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