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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재 Aug 31. 2019

<스물셋의 인도> #1

2019년 08월 20일 오후 11시 49분



콜카타로 가는 에어아시아 비행기로 향하는 2번 게이트, 방콕 돈므앙 공항, 두세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봤던 풍경은 습기 가득 품은 동남아 특유의 향과 충칭행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체크인을 위해 캐리어 무게 수 줄이기에 열을 올리던 중국인 관광객 무리였는데, 그저 출국 도장을 찍고 콜카타행 게이트 앞으로 갔다는 이유로 여긴 인도가 되어버린다. 벤치 1열부터 10열까지 모두 인도인, 간간이 동양인도 몇몇 보이긴 했다. 행색이나 생김새로 보아선 일본인인가. 딱히 훔쳐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시선이 쏠린 탓에 그들이 파란색 여권을 가지고 있음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행기로 향하는 버스, 내 옆에 신임 소대장을 닮은 남자가 앉는다. 푹 눌러 쓴 모자에 푸근한 인상, 오른쪽 옆에 앉은 인도인에게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꽤나 투박하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인가? 하지만 그의 커다란 배낭 안에 낀 가이드북에 ‘인도’라고 적힌 가타카나를 보고는 대번에 그가 일본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여행자 간의 대화는 꽤나 자연스럽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현지인밖에 없는 곳에서 갓 낯선 세상에 떨어지는 무지의 여행자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아무리 좋지 않다고 한들, 이른바 ‘이시국 씨’는 여행자 세계에선 크게 통하지 않는다. 보통 국제정치나 민감한 이슈는 입에 올리지 않거나 서로들 쉬쉬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스무 살의 순박하고 당돌한 소대장이 날린 질문은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순간 어린 친구라서 패기가 넘치는구나 싶다가도, 다르게 생각하면 아예 제3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여행자 대 여행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겠구나… 모든 한국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지만 일본사람은 좋아해도 일본 정부는 싫어한다고 답하자 소대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한다. 일본사람들 대부분이 현 정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그러면서 서로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아 이 나라와 국제사회의 미래는 꽤 밝은 편이구나.





소대장과는 콜카타 공항을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했다. 스쳐 가는 여행자가 그렇듯 여행일정이 겹치면 어느 순간 하고 인연이 되겠지. 입국심사관이 초보여서 미숙하고 많이 느리다는 말을 남긴 채 우리는 제 갈 길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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