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 대한민국 전라남도 목포시
중학생 여행자가 몸을 뉘일 곳은 마땅히 없었다.
사실 찜질방에 충분히 갈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찜질방에서의 숙박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정형화된 양식은 없지만 부모님 동의서를 작성해 업주에게 제출하면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고, 실제로 이를 통해 찜질방에서 밤을 보낸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태여 기차역에서 노숙하기로 한 건 단순하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미련한 마음가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유달산에서 내려와 목포역으로 오니 여름날의 늦은 해는 이미 서편으로 넘어간 지 오래. 가난한 여행자에게 저녁식사는 사치라 이마저도 건너뛰기로 했고, 핸드폰을 충전하며 내일 가게 될 여행지, 제주도에서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하고 찾다보니 어느새 오후 10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잠을 자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그나마 눈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처음 눈에 들어온 곳은 대합실에 딸려 있는 도넛 가게였지만 입구를 따로 막아놓은 게 들어가면 안 될 게 분명해 보였고, 화장실 청소도구함에도 들어가 실제로 누워보았지만 여러모로 타산이 맞지 않았다. 차가운 바닥, 화장실만의 악취, 하지만 무엇보다 조명이 밝았던 탓에 몸을 누이기에는 여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수유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이라 사람들 눈에 크게 띄지 않는 곳이었고, 또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잠을 자기엔 최고의 환경이었다. 게다가 밤 시간대에 불 꺼진 수유실에 누군가가 오기라도 할까. 그렇게 수유실에서 잠을 청하길 몇 시간, 누군가 나를 깨우는 인기척에 비몽사몽한 채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나를 깨운 이는 역무원이었고, 막차가 도착하는 시각부터 첫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기차가 들어오지 않는 시간동안 기차역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지난 번 광주역과 같이 대합실 정도는 항상 열려 있을 공간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으리라고는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에는 밖에서 잠을 잘 곳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기차역 문 바로 앞에서 잘까 싶다가도, 신문지나 박스도 없는데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눕는 건 아니겠다 싶어서 다른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벤치 하나, 내 키보다 좁았지만 눕기에는 충분했다.
"여기 이런 곳에서 자면 안 돼… 일단은 역문 열렸으니까 안으로 들어가……."
다시 잠에 든 지 두 시간가량 지난 새벽 3시 정도 무렵이었고, 이번에 나를 깨운 이는 노숙자였다. 그의 말대로 기차역 문은 열려있었고, 대합실에서 아침을 맞고 나서야 다음 여행지 제주도로 향할 수 있었다.
노숙자라고 하여 인간적인 면모가 없을 거라 생각한 건 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닫는다. 사실 그가 나를 깨웠을 때, 나는 당연하게도 영역에 대한 다툼이 담긴 한 마디가 올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인도적인 표현에 꽤나 의외라고 여겼던 건 내가 색안경을 끼고 그를 바라봤음은 아니었을까.
마음 하나 편히 놓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그가 최소한이라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키고자 했음인지, 아니면 가출청소년의 모습으로 가방 하나 끌어안고 자는 모습이 얼마나 궁상맞았나에 관해 그 정도의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비단 그일지라도 인류애는 남아있었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