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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재 Oct 07. 2015

히치하이킹 여행 1일차  - 해남에서 강진까지

2015 국토대장정 히치하이킹 여행




여행 1일차

해남 땅끝에서 광주까지









'왜 히치하이킹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나요?'

 

사실 내가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그래봤자 고작 일 년도 채 안 된 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히치하이킹은 그리 흔하지는 않은 소재였다. 지금이야 그 녀석의 복귀작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을 통해 어느정도 친숙한 소재가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다시한번 얘기 하지만 그래봤자 2014년 12월) 히치하이킹이라고 검색하면 이상한 중국 여자의 이야기만 뜰 정도로 낯선 소재였었다.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말로는 '위험하지 않느냐' '장기매매 당하는 건 아니냐' '봉고차는 절대 타지 마라' 와 같은 이야기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나쁜 사람들만 존재할까 라는 생각과 배낭 하나만 메고 있는 여행자인 나와 자동차와 온갖 짐들을 가지고 있는 운전자 중에서 더 많이 경계해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라는 생각으로 (책 <유럽을 여행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을 쓴 유환희 작가님의 말을 인용했다) 히치하이킹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루트는 고민할 것 없이 해남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로 정했다. 일반적인 루트인 파주 임진각에서 부산은 너무 식상한 것 같고, 이왕 시작할거면 끝에서 끝까지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무작정 땅끝으로 달려왔다. 사실 여기서도 최종 목적지를 땅끝과 통일전망대 중 어디로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땅끝탑보다는 아무래도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이북 땅과 금강산이 더 감동적일 거 같아 통일전망대로 정하기로 했다.









사실 히치하이킹이 나에게 있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스팔트길로 되어있는 한라산 등산로를 오르거나 버스가 끊긴 제부도를 나올 때 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들은 모두 어쩔 수 없을 때, 이 방법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었지 지금과 같이 다른 대중교통이 "뻔히 있는데도 하는' 방법은 아니었었다. 그렇다보니 왠지 모르게 잘못하는 기분, 내가 이런 여행을 해도 되나 싶은, 그런 기분이었었다. 땅끝까지 가는 와중에도, 히치하이킹 여행을 하겠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닌 이후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해봐야지! 시도조차 안하고 뒤돌아버리기엔 양심 찔리잖아. 해보다가 정 안되면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스케치북에 일단 '남창'이라고 적었다.









남창. 땅끝과 강진 사이에 있는 완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동네였다. 여기서 50km 떨어진 강진까지는 몰라도 최소 남창까지 가는 차는 많지 않을까? 어차피 외길 밖에 나있지 않은 시골길이기 때문에 경유지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으니까. 그리고 스케치북 위에 행선지를 쓰는 일이 아직은 어색하긴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다보면 익숙해 지겠지.









전망대 위에서 보는 땅끝마을은 생각보다 작아보였다.

그리고 며칠 뒤면 이런 느낌으로 금강산을 바라보고 있겠지.









여기서 강릉까지의 거리는 558km.

나는 그곳에서 북쪽으로 한참은 더 올라가야 한다.

과연 갈 수나 있을런지....


사실 이때만 해도 이번 여행에 대한 확신이 거의 없던 때였었다. 아직 스케치북에 행선지 쓰는 일도 어색한 애가 무슨 히치하이킹 여행이야. 긴장 반, 설렘 반. 오들오들 떨기만 했었다. 오늘은 그냥 남창 가는 것 만으로 만족하자는 마인드. 그런 와중에 베이스 캠프를 여기서 135km나 떨어진 광주로 정하다니....  오늘 밤은 과연 광주에서 보내게 될 수 있을런지.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인 걸까. 나오라는 땅끝탑은 나오지 않고 이상하게 출발지가 나오는 것이었다. 무거운 가방과 두꺼운 옷가지, 지나치게 따뜻한 남쪽나라 날씨에 짜증만 나고. 그냥 땅끝탑 따위 탑만 땔롱 있는거 패스해버릴까 하는 생각을 1초 하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50대 중년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저기 혹시 땅끝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되나요?"

"지금 우리도 탑으로 가고 있는데 이쪽으로 쭉 가다보면 나올거야"

"아아ㅎㅎ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길을 잘못 든 거였다.










국토대장정이라고 하면 어느 한 지점에서 특정 지점까지 쉴 새 없이 걷는 것 처럼 우리나라를 갖가지 어려운 방법으로 횡단하며 빠르게 지나친다면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느끼며 자신의 최종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나의 여행이 비록 하루에 몇 km 씩 걸으며 발에 온갖 물집 다 잡혀가며 하는 여행은 아닐테지만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쉽게 볼 수 없었을 것들을 보고 느끼는 여행이 될 테니 '국토대장정' 이라는 말을 넣기로 했다. 하는 방식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의미는 상통할 테니까.










사진 찍히는 건 언제나 어색하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2015년 1월 5일 오전 11시, 7박 8일간의 히치하이킹 여행은 그렇게 막이 올랐다. 그리고 어느 정도 뽀얀 티가 나는 나는 여행이 끝날 무렵 만신창이가 된다. 파마 머리가 폭탄 머리가 되든, 윗도리에 얼룩이 묻든, 차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면 장땡이라는 심정으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자연, 본능. 뭐 그런 키워드들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킬 수 있는 원초적 인간으로 말이다.









그나저나 이 사진은 누가 찍어 주었냐고? 아까 땅끝탑에서 만났던 50대 중년 부부. 그분들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나도 그분들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그렇게 훈훈한 대화가 오가는 속에, 나는 이번 여행과 다음 목적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로 했다.









일단은 내가 어떠한 여행을 하고 있다 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제가 오직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고 있는데 혹시 이따가 어디 쪽으로 가세요??"

"학생은 어디쪽으로 가는데??"

"저는 일단 남창으로 가요"

"남창?? 남창은 잘 모르겠는데 우리는 이따가 강진으로 갈거거든"


처음부터 강진으로 가는 분들을 만나다니!!!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인연일까? 사실 강진으로 가는 사람 자체가 없을까봐 걱정하던 나였었다. 강진으로 한번에 가는 시외버스도 없는데 그곳까지 가는 차는 과연 있을까 했는데 처음부터 만나게 될 줄이야!


"강진이요??? 사실 제가 강진으로 가려고 하고 남창은 그 중간에 있는 경유지인데

실례지만 강진까지 태워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래 그럼 우리가 아직 여길 안둘러봤으니까 이따가 한 시간 뒤에 요 앞에 주차장에서 보자" 

"넵!! 감사합니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그분들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핸드폰도 충전할 겸, 밀린 글도 쓸 겸 겸사겸사 카페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와 그나저나 강진으로 가는 분들을 한번에 만나다니... 난 두 세시쯤은 돼야 겨우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었다.









사는 곳은 서울이지만 원래 고향은 강진이라고 했었던 아내분. 하지만 고향에 올 일이 그리 많지 않아 모처럼 이렇게 여행 오셨다고 했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땅끝마을에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를 만나 강진까지 동행하게 된 거라고 아내분께선 말씀하셨다.


나보다 연배가 더 높은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자연스레 이야기 주제가 달라지곤 한다. 특히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이야기들. 기억은 커녕 존재 자체도 하지 않았을 때의 일들을 마치 내 앞에서 펼쳐지듯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를 자극하곤 한다.









이왕 강진까지 왔으니, 강진 하면 이곳!! 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장 유명한 여행지를 같이 가보기로 했다. 사실 나도 여기를 한번 가볼까? 하다가 강진 시내에서 거리도 멀기도 하고 히치하이킹 하는데만 시간이 다 갈 것 같아 안가기로 마음 먹긴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운이 좋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곳에 대한 힌트를 주자면 앞서 이야기 했지만 강진하면 딱 떠오르는 곳. 강진으로 여행갔다왔는데 이곳을 가지 않았다고 하면 왜? 라는 반문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곳. 그리고 하나 더, 강진 하면 이 인물이 떠올라야 한다는 것까지! 이곳이 어딘지는 짐작은 가겠지만 암튼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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