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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재 Aug 09. 2018

삼성의 180조원 투자

투자는 필요하지만 고용은 공수표다. 무엇보다 독점이 걱정된다.

8월 8일, 삼성의 180조원 투자 발표가 있었다.

삼성의 결단을 환영하는 반응과 정부가 삼성과 타협했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투자는 필요한 일이다. 이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특히 인공지능, 5G, 바이오, 전장 등에 대한 투자는 이와 관련된 지식과 자원이 우리 나라로 유입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매년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이익을 사후에 사용하는 방법은 1. 투자자에게 배당 2. 투자이다. 사전에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3. 현재 직원들에게 분배. 4. 협력업체들에게 분배.
이렇게 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투자가 가장 나은 옵션으로 보인다.  


숫자상 과장은 있다.
3년간 투자한다는 180조원 중 국내 투자는 130조원이다.
이 가운데 애초에 했어야 했던 평택 반도체 라인 증설에 30조원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3년간 100조원인데, 삼성의 최근 투자 흐름상 매우 큰 점프는 아닐 수도 있다.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믿기 어렵다.
특히 이번 투자로 70만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는 부분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다.
제조업 투자의 고용창출능력은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삼성이 잘 하는 분야는 고용효과가 더 낮다.
삼성 쪽의 고용 효과 발표에 아무건 검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대서특필하는 언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 2017 보고서(심명규 등)의 한 대목이다.
"첫째, 2005년-2014년 사이에 전체 고용과 설비투자는... 그 관계가 경제학적으로 매우 미약한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의미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산업을 크게 전기/전자산업과 기타산업으로 나누어 분석할 경우...전기/전자산업에서는 두 변수간의 관계가 거의 0으로 나타나 통계학적으로도 거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는 공정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전기/전자산업에서 설비투자 확대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고용 효과 약속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게 고용을 늘리라고 하는 요구는 애초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투자 성과에 어떻게 과세하고 환수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독점이다.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지금의 은산분리 완화 추세가 이어져서, 은행산업 진입 길이 열리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비재벌 테크기업'들과 손을 잡고 키워 주지 않고는 새로운 테크기업이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다.

반도체와 스마트폰과 생명보험의 삼성공화국은, 인공지능과 바이오와 자동차산업까지 갖춘 삼성왕국이 되고 말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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