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들어서면 사월의 향기가 진하게 전해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봄꽃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라일락과 조팝나무꽃이다.
4월의 골목에 들어서면.. 이제,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게된 라일락이 피는 향기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코끝으로 흘려 넣는다.
이 물씬한 감상을 가져다주는 라일락 꽃.. 향기에 취해 낮에 찍어 두었던 라일락 사진을 올리며 다시 한 번 눈을 감아 본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lilac은 서양수수꽃다리 또는 리라꽃이라고도 불린다. 유럽, 헝가리, 발칸반도 등이 원산지인 외래식물이며 꽃말은 '아름다운 맹세' 다음과 같은 전설로도 들린다.
『어느 영국아가씨가 완전히 믿고 있던 젊은 남자에게 순결을 짓밟혔습니다. 아가씨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나머지 자살하고 말았습니니다. 슬픔에 빠진 친구가 아가씨의 묘에 산더미처럼 라일락을 바쳤답니다. 그 때 빛깔은 보랏빛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튼날 아침 꽃잎이 모두 순백색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라일락은 지금도 하트포드셔라는 마을에 있는 교회묘지에 계속 피고 있답니다. 프랑스에서 하얀 라일락은 청춘의 상징. 젊은 아가씨 이외에는 몸에 지니지 않는 게 좋다고 믿고 있답니다』
라일락을 읊은 시도 좋겠다.
『우리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중략...
그러고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을 같이한 것이
이 이상 고마울 것이 없고
미구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 머무는 것 뿐이네』
-박재삼, 라일락꽃을 보면서-』
또 있다.
『..중략..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오세영,라일락 그늘에 앉아 중-
또, 문학주님의 '라일락을 꺾다'에는
"기어코 사람의 숨통을 틀어막은
슬픈 여자의 꽃순같은 냄새" 라고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이 뿐이 아니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에도 라일락은 향기와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
<라일락꽃----김영애>
"잊어버린 꿈의 계절이 너무 서러워
라일락꽃 속에 서있네
다시 한번 보고싶어 애를 태워도
하염없이 사라지는 무정한 계절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끝나버린 꽃의 계절이 너무 아쉬워
너를 본 듯 나는 서있네"
2절에서는
"라일락꽃 지면 싫어요 우린 믿을 수가 없어요
향기로운 그대 입술은 아직 내 마음에 남았네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
이렇게 노래하니 라일락 속의 연인은 정말로 행복했겠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이문세>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잊을수 없는 기억에
햇살가득 눈부신 슬픔갖고
다시 창가에 기대보네"
이런 시같은 노래, 노래같은 시들을 읊조리노라면 라일락 향기는 모든 이들의 추억을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