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산 자락에서 화동들과 함께 한 참꽃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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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이면 옛날 하고도 아주 옛날이겠지?
산골짜기 마을 오두막에 살면서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해마다 봄이 오면 산골 동네의 우리 서넛의 아이들은 가까운 산으로 올라 참꽃(진달래를 참꽃이라고 불렀다)을 찾아온 산을 헤매고 다니며 놀았던 그 아련한 추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참꽃은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깨끗하고 탐스럽게 핀 꽃송이의 꽃잎을 따서 입에 넣고 씹으면 약간은 새콤 쌉싸름하지만 입안 가득 채우는 향긋함이 좋아서 혓바닥이 붉어지도록 꽃잎을 따 먹고 또 따먹고를 멈추지 않았다.
산아래 초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때 쯤..가장 산 속 깊이 들어가 있던 친구가 돌연,
"참꽃 귀신이다!!"라고 외치면
우리 모두는 비명을 지르며 부리나케 산을 뛰어 내려왔다. -지금도 참꽃 귀신의 출현 진위 여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꺾은 참꽃 가지를 바통처럼 움켜쥐고 한달음에 집으로 가져와서는 아버지가 드시고 비워 논 소주병에 참꽃을 꽂아 앉은뱅이 책상에 올려놓으면 일주일 내내 분내 같은 참꽃 향을 맡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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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외가댁이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라는 곳인데, 양평군과 여주군의 경계가 되는 세월천이 흘러드는 남한강변에 자리한 그림 같은 강변마을이다.
외할머니 생신을 맞아 모인 가족들은 4월의 첫 휴일 아침을 차돌박이 샤부샤부 생신상으로 거하게 치르고는 때마침 참꽃이 만개하고 있는 옆동네 양자산 자락으로 봄 마중을 나가기로 하였다.
이모부인 나는 아이들의 봄 나들이 인솔자가 되고, 아이들은 그 옛날 참꽃 따러 다녔던 나의 아스라한 기억을 살려 내는 시간 여행의 인솔자가 되니 참으로 귀하고 정겨운 봄 마중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상에 이토록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분홍 빛깔이 또 있을까? 아직은 새잎이 돋지 않은 무채색의 숲에서 참꽃만이 연분홍으로 수줍게 볼을 붉히고 겨우내 꺼져 있던 감성의 스위치를 올려놓는다. 숲에서는 어느 것도 색을 밝히지 않아서 붉은 계열의 색조로 홀로 도드라질 만도 하지만 가까이 있어도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 듯,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아른아른하다. 그래서 더 곱다.
참 곱디 곱다.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뛰어놀 때가 제일 예쁘다. 더 많이 모여 있고 더 크게 흐드러진 꽃 무더기를 찾아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면서 참 꽃술이 몇 개인지 세어보기도 하고 참 꽃 무더가 뒤에서 함박웃음 'V'도 짓고, 종달새처럼 재잘재잘 떠들어 대기도 하며... 오늘의 참 꽃 봄 마중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어린 날의 추억으로 가슴에 소복소복 쌓아지기를 바란다.
베스트 샷을 위한 이모부의 신호에 깡충깡충 뛰어대는 순수한 아이들과 수줍은 참 꽃이 참 잘 어울리는 따사로운 봄 날이다.
어제의 꽃망울이 오늘은 활짝 피었다. 연분홍 고운 얼굴을 한껏 드러내고 사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봄처녀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산자락 사이사이를 분홍의 물결로 수놓는 참꽃을 만나지 않고서는 봄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가 없다. 그 설레는 색의 향연에 마음을 두근거리지 못했다면 봄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는 것이오,
이는 한 번의 봄을 잃어버리는 불행이다.
초봄의 산자락에는 이렇게 튀밥이 터지는 듯한 노란 산수유 꽃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의 자태를 뽐내지만 사이좋은 오누이룰 보는 듯하여 산행길을 흐뭇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