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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Mar 09. 2023

#미인_신중현

85세 록커, 전부가 음악인 음악인에 대하여. 

조용필, 신중현님의 곡 리스트들, 모조리 다시 듣기 중. 

과연. 가왕, 대부라 불리는 이유를 알만한 근거들이 허다하다. 



노인음악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젊었을 그 시절, 시대를 풍미했던 곡들을 찾아야는데, 그 곡들은 당시의 한국사, 시대적 배경과 아무렴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국의 이전 풍경들에 폭 빠져 곡들을 찾다보면 그 곡을 작곡 작사한 누군가를 알게 되고 결국 그 누군가의 '삶'을 살피게 된다. 그러다 반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간. 




#신중현님. 2017년.

오늘은 신중현님에게 조금 더 비중을 실어서. 1938년생. 2022년 현재 만 84세. 저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의 생각과 삶은 아직도 오로지 음악뿐이다. 2019년 5월에는 신중현 작곡집이, 같은 해 7월에는 기타 헌정앨범이 세상 빛을 보았다. 그의 삶 전반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는 아들 셋 모두 음악인인것으로 설명이 되어버린다. 



뭐 워낙 울랄라세션이 기막히게 편곡을 하기도 했지만, <미인>이란 무대와 곡을 젊은이들 한두번은 보고 듣지 않았을까. 


<미인>은, 박정희가 10월 유신으로 독재하던 시절 금지곡으로 지정되었고 독재 체제에 저항한 학생들은 "한번 하고 두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를 외치며 풍자하였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의 신중현님.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

그 누구나 한번 보면 자꾸만 보고 있네

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 

모두 사랑하네 나도 사랑하네x2

나도 몰래 그 여인을 자꾸만 보고 있네

그 모두 넋을 잃고 자꾸만 보고 있네 

그 누구나 한번 보면 자꾸만 보고 있네 

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 

모두 사랑하네 나도 사랑하네x4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세번 보고 네번 봐도 

자꾸만 자꾸만 자꾸만 자꾸만 보고 싶네 


그는 이 노래에 단조 5음계를 따르는데(시라솔미레가 끝이다)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를 가져와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락 음악을 완성시켰다. 당시 한국 대중가요에서 주류를 이루던 미국식 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한국 락을 탄생시킨 혁신적 시도였단다. 이 곡은 단조로운 드럼 비트를 가지는데, 이는 풍물굿의 꽹과리 소리와 유사하며, 일렉 솔로는 블루스를 가야금 산조 주법으로 해석한 것이란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여 또다른 something new를 만들어낸 그만의 재해석에 찬사가 터진다. 



신중현님에게 반한 이유야 한두구간이 아니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히 지키며 살아낸 삶의 한결함이다. 그 삶의 모양새는 대략 세 아들의 직업이 멋지게 반증해주는듯. 


#신중현 작업실_by 동아일보



여든넷의 나이에도 집안 전체가 작업실로 도배된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앨범을 낸다. 그저 평생이 음악 또 음악인데 음악 공장에서 뭔가가 나오지 않는것이 더 이상한 거겠지. 나도 이렇게 늙고싶다. 놓여진 그것에 미쳐서 그것만 하다가 그것과 함께 가는. 



#신중현님.by중앙일보

내 프로필 사진에도 한동안 함께 했었던 이 사진. 희고 길게 휘날리는 80대 록커의 머리칼과 주름, 운지 중인 손가락과 청남방이 그저 그의 인생과 음악을 나타내는것 같아 반해버렸던. 

어느 책에선가 행복의 세가지 조건을 읽은 적이 있다.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가, 몰입할 무언가가 있는가, 그 무언가가 (사회적)가치있는가.' 

그의 삶과 인터뷰를 가만 보니 이 조건에 잘 부합하는 듯. 하여 내가 아는 신중현님은 아직도 행복한 록커로 현재진행중인걸로. :) 


https://youtu.be/aFS2lOgUC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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