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툭 던져진 가사 없는 연주곡의 맛에 대하여.
가끔은 제목만 툭 던져진 가사 없는 연주곡이 그렇게 좋다.
어떻게 해서든 곡 제목과 연주 플레이와 곡 전반에 흐르는 무드를 연결시켜보려는 노력이 재미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마음껏 그려보다보면 어느새 제목과 연주는 기가막히게 잘 맞아떨어져 있다.
과연 오화평씨, 평소 비빔 국수를 좋아했으려나.
아니면 뜻밖의 비빔국수 맛집을 만나 가락의 영감이 올랐으려나.
이럴땐 앨범 소개를 찾아봐야지.
"여름에 입맛 없을 때 즐겨 먹는 음식이 있다면 매콤새콤하게 비빈 비빔국수다.
신선한 창작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미녀 개그우먼 전효실 님과 커넥션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두 문장으로 끝난 소개로 힌트를 얻는다. 그래, 오화평씨는 여름에 비빔국수를 즐겨먹는구나. :)
<출처:비빔국수 이미지. google.>
<비빔국수>의 음악은 어떻게 표현되어졌을까.
도입부 4비트. 저어기 6옥타브 정도, G6에서 나홀로 등장하는 건반은 매우 명랑한 상태.
아마도 비빔국수가 오화평씨의 입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인듯.
드럼 스틱 사운드는 정말이지 국수를 열심히 비비는 중인 젓가락인 것만 같다.
스틱 소리와 맞물리는 퍼커션은 맛난 흥겨움에 탁하고 젓가락으로 그릇을 치는 듯한 느낌.
비빔국수의 즐거움을 음악으로까지 표현한 사람이라면, 맛있는 무언가를 입에 넣는 순간을 사랑하는, 분명 나와 같은 종의 사람일게다. 괜히 반갑기까지.
이 곡은 특히 멋드러진 초록사이를 달리면서 창 네개를 다 열어 바람을 팍팍 맞을 수 있는 차 안에서 듣기 딱 좋다. 부디 그 순간이 여름으로 가는 끝봄에서부터 여름 중후반까지이기를.
달리는 차 안에서 이 곡을 틀어놓았더니 내편(통상 남편)은 옆에서 랩을 하고 첫번 딸은 뒤에서 소리질러를 외치고 둘째번 딸은 주절주절 국수 이야기를 하고 나는 소리질러에 맞는 함성을 외쳐주며 명랑하게 운전했다.
옆은 초록이 가득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재생은 대략 한 8번정도 반복한것 같다. 행복한 컷 중 하나로 담는다. 운전 중 꼭 한번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