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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Sep 05. 2024

너의 아픔은 너의 탓이 아냐

#너의 내일로부터_정승환

훌쩍 커버린 내 키만큼 다 자라지 못한 나를 알아
웅크린 그 아인 여전히 내 안에 있어 
이젠 말해줄래 들어줄게 여기 있어 난
처음엔 어렵고 낯설기도 할거야 미뤄둔 말을 꺼낸다는 건 
너만 아는 아픔들을 조용히 안아준다는건
내게 기대 맘껏 울어도 돼 언제나 혼자였던 밤에 
누군가 필요했던 불안하고 외로웠던 날에 
말해줄게 들려줄게 이제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괜찮아 너의 아픔은 너의 탓이 아냐
 
말하지 못한 꺼내지도 못한 너의 아픔들이 다 그게 나라서 미안해 
같이 웃고 같이 울자 이젠 더는 널 혼자 두지 않아 
네가 견뎌온 밤이 오늘의 날 지켜준 것처럼 언제라도 네 곁에 있을게 
그래 우리 다시 만나면 말할게 고마웠다고
나의 어제에게..


졸업 후에 심상음악치료(GIM, Guided Imagery Music)를 공부하면서, 알고 있었지만 더욱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다 커버린 성인의 얼굴과 몸으로 여지 없이 어른임을 드러내는 우리이지만, 너나우리네 마음 속엔 저마다의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는 것.

딱히 선명하게 바라보고자 애쓴 적 없었고, 직면한다 해도 나란 아이의 꼴이 어떠할지 이미 알겠기에 외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심상음악치료란 나를 직면해야만 더욱 깊게 학문할 수 있는 임상 분야이니 아무리 도망해도 붙잡힐 밖에 도리가 없었나보다. 


그 어느날 나는 GIM 세션 중에 마주하고야 말았다. 어둑한 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겠다 다짐해 버린듯 고개를 숙인 한 아이의 뒷 모습. 얼마나 큰 소리를 내며 울었는지 모른다. 내 인생 중 처음이자 마지막일법한(처음이란 것은 분명한), 장기 속 어딘가 밑바닥에서부터 한처럼 터져나오는, 땀으로 몸이 젖도록 힘을 다해 소리친 울음이었다. 눈치 보고 또 눈치 보다 또또 눈치 보던 어린 아이. 난 가이드(*심상음악치료는 전문 상담자인 가이드가 내담자인 트래블러를 음악 안에서 질문을 통해 심상 속 여행을 안내한다.)의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내가 동경했던 최고의 놀이터 놀이동산으로 아이를 데려가 콘아이스크림을 사주며 한없이 밝게 미소지어 주었다. 어린 이원지가 받고 싶었던 가장 큰 위로를 어른 이원지가 실컷 퍼부어주는 장면이 심상 속에서 마음으로 기록되었고, 나는 더없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세션 후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내 생에 잊지 못할 장면을 새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책 중에 우연히 이 노래를 마주했다. 

끝없는 동의와 공감으로 가사를 감상하며, 지은 이의 내면을 통과한 듯한 이 곡을 또 하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로 고이 넣었다.    


이 곡에서는 다 자란 나와 어린 나를 마주하게 하고, 자란 나의 시선으로 웅크린 어린 나에게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내게 기대 맘껏 울어도 돼 
너의 아픔은 너의 탓이 아냐 
같이 웃고 같이 울자 이젠
네가 견뎌온 밤이 오늘의 날 지켜준 것처럼 
언제라도 네 곁에 있을게


경험해보니, 나 뿐 아니라 한 명의 어른으로 역할하고 기능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성인이라면(물론 늘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네지만), 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어린 나를 충분히 다독여주고 위로해주어, 나와의 화해를 이루고 더 나은 내일을 마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둔 곳에 웅크린 어린 나를 밝은 곳으로 데려와 말을 걸어주고 진하게 안아주기를 몇번만 반복하면,  장담하건대 더 나은 나, 더 좋은 나, 더 자유로운 나, 더 가벼운 나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바라봐주기 시작할 때 역설적으로 아이가 견뎌온 수많은 밤들이 오늘의 나를 지켜준 것을 깨닫게 된다. 


어린 나를 처음 마주한 후에는 그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찼다. 그저 그 아이가 불쌍하고 불쌍한 이유가 다였다. 이제 조금은 가볍다. 물론 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나의 못난 면들 안에서, 나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여 골골댈 때가 또 오겠지만, 난 더이상 어린 나와 그 시절을 마냥 탓하지만은 않을 것. 나를 향한 미움이 과하게 짙어질 땐 이 곡을 떠올리고 다시 찬찬히 곰곰히 씹어봐야지. 


괜찮아 너의 아픔은 너의 탓이 아냐. 




#노래 토의 가능한 몇 개의 질문들 (feat. 내면아이 이슈가 있는 성인)


Q1) 내게 가장 깊이 와닿은 가사는 무엇인지, 그 이유는.

Q2) 내 인생 속에 누군가 필요했던, 가장 불안하고 외로웠던 날은 언제였는지.  

Q3) 그 아픔을 안아주었는지, 그냥 두었는지, 그 이유는.

Q4) 말하거나 꺼내지 못하는 아픔들 속에서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는지.  

Q5) 곡의 제목이 [너의 내일로부터]인 이유는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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