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_윤종신, 곽진언, 김필
거기까지라고 누군가 툭 한마디 던지면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아
잘한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 걸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비교하지마 상관하지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택한 이 곳이 나의 길
부러운 친구의 여유에 질투하지는 마
순서가 조금 다른 것 뿐
딱 한 잔 만큼의 눈물만 뒤끝 없는 푸념들로
버텨줄래 그 날이 올 때까지
믿어준 대로 해왔던 대로 처음 꿈꿨던 대로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비교하지마 상관하지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좋은 그 곳이 나의 길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걷는 이 곳이 나의 길
[지친하루_윤종신, 곽진언, 김필]
한참 올라갔다가 또 한참 내려가는 것은, 그다지 예쁘지 않은 나의 패턴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요 근래 내려가는 시즌이었던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원인이 짐작 가면서도 정확하게는 짚어낼 수 없는 하향 상황에서는 거울 안의 얼굴도 그닥, 생각의 방향도 그닥인채로 시간이 훅 흘러버려서 혹여 잊을까 날마다 챙겨놓은 요일별 영양제 통이 한번도 열리지 않은채로 지나가버린다. 물론 글쓰기와 음악감상 또한 예외는 아니다.
비워지지 않는 요일별 영양제 통을 기준 삼아 에너지 레벨 하강 기간을 살펴보면, 대략 2주 정도인 것 같다. 그렇게 또 무심하게 시간은 흘렀다. 하강세의 원인을 곰곰 돌아볼 때, 정신 없는 바쁨, 핸드폰 사용시간 증가, 널뛰는 여성 호르몬, 운동 부족 등이 변명처럼 둥 의식 위에 떠다니지만, 사실 제일 큰 요인은 내면 깊은 곳의 들추고 싶지 않은 무언가와 긴밀하게 닿아있음을 나의 자아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좋은 그 곳이 나의 길
내가 걷는 이 곳이 나의 길
글쓰기에 대해 내놓을만한 이력이 뚜렷하게 없음에도 나는, 나의 글과 내용에 대한 소위 근거 없는 자신감과 늘 함께였다. 글쓰기가 좋기 때문에 글을 썼고, 쓰다보니 생활과 삶에 늘 글감이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쓴 글을 어디엔가 담는 행위를 해왔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공신력 있는 기관 혹은 사람이 글을 알아봐 준다면, 작가란 이름 하에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글을 쓰며 나만의 출발 라인을 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모전을 찾기 시작했다. 마땅한 공모전이 보였고, 마음을 담아 어여쁘게 글을 쓴 후 전송 버튼을 눌렀다. 결과를 기다리는 3주 간 기대감으로 도파민이 톡톡 분출되었고, 상금의 용도를 고민하기도 했다. 결과 버튼을 누른 뒤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못내 아쉽고 서운했다. 잠시동안 폭 서운해하고는 곧 이성적인 두뇌를 작동시켜 당선이 되지 않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원인이 잘 찾아지지 않아 담당자님께 콜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최대한 공손하게 예의롭게 부드럽게, 내가 당선을 기대했던 이유와 마음까지 말씀드려가며 여쭈었다. 친절한 따뜻 보이스 담당자님은 내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1. 등단한 작가와 아닌 분들이 함께 경쟁하는 구조였다. 2. 작년 지원자보다 60%가 증가한 상황이어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가리는 것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셨다. 3. 수상한 분들과 아닌 분들의 점수차가 정말 미미하다. 4. 작년작을 다듬어서 다시 지원한 분들도 계시다. 결국 나의 점수까지 알아낸 나는 원인과 자초지종을 알게 된 시원함과 그래도 알 수 없는 섭섭함, 이렇게까지 예쁘게 상담해주신 담당자님을 향한 한없는 고마움을 지닌 채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신체와 마음이 다운되는 여러 요소 중, 알고 있지만 꺼내고 싶지 않은 그 요소가 분명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수상 누락과 내면 문제, 더욱 깊이는 자존감 이슈까지도 연결되지 않다고는 볼 수 없었다. 모두가 연결되고 연결되어 잠깐의 침체기를 겪었다. 물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러나 가사에서 말한대로 이러한 기분과 감정 때문에 모든 것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며, 되돌리고 싶은 마음 같은 것 또한 추호도 없다. 노트북 키보드는 잠시 멈춤이지만 난 곧 다시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일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나의 글사랑은 생각보다 깊고 진하며 내가 택한 곳과 길에 대한 명확성 또한 짙기 때문이다.
부러운 친구의 여유에 질투하지는 마
순서가 조금 다른 것 뿐
딱 한 잔 만큼의 눈물만 뒤끝 없는 푸념들로
버텨줄래 그 날이 올 때까지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의 현재를 노래를 지은 이가 기막히게 잘 설명해 주었다.
'뒤끝 없는 푸념'
푸념을 촤라락 늘어놓았으니 이제 뒤끝없이 깨끗하게 일어날 때임을 알고 있다.
오랜만에 자판이 보이고 음악이 들린다.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좋은 이 곳이 나의 길
내가 걷는 이 곳이 나의 길
#노래 토의 가능한 몇 개의 질문들 (feat. 청년 취업 준비생)
Q1) 이 모든 것을 놓고싶었던 때는 언제였나. 그 때의 기분은 어떠했나.
Q2) 내가 가장 위로 받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Q3) 부러운 친구 혹은 이 길을 걸으며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가 있었는가.
Q4) 나는 누구의 자랑이 되고 싶은가.
Q5) 나를 계속해서 믿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Q6) 나의 꿈, 혹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