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_장들레
엄마 사랑은 뭘까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너무 어렵고 알 수 없는 일 같아요
엄마 진심은 뭘까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눈빛만 봐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모르겠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도망가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어요
어떻게 살아야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 난 몰라요
좋은 어른은 뭘까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알고 싶어요 바뀌고 싶어요 비겁한 내 모습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도망가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어요
어떻게 살아야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 난
[모르겠어요_장들레]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7호선으로 대학교를 오고 가던 4년 내내, 이동하는 환승 역내 구간에서 비릿하고 흥건하게 풍겨오던 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그건 할머니들이 앉아서 손질하여 내다 파시는 도라지 같기도, 고구마순 같기도 한, 정체 모를 무언가였다. 바삐 오가던 청년 시절, 그러한 물건이 필요할 리 만무하나, 그 옆을 휙 지나치기엔 괜한 미안함이 올라오곤 했다.
그와 유사한 냄새가 났다. 또 같은 구간이었다. 오랜만에 맡아버린 그것에서 나의 예민한 후각은 옛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돌아보니, 역시나 할머니가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손질하신다. 그날따라 지갑 속 고이 간직해둔 2만원, 거기다 나는 15년 전보다 형편이 낫지 않은가. 내게 필요한 무언가는 아니겠으나, 나름의 선한 결심을 짧게 마치고, 저벅저벅 할머니에게로 걸어갔다. 스윽 훑어보니 또 정체 모를 고구마 줄기 같은 것과, 청계(푸른 달걀) 10개들이 판이 3구 정도 놓여져 있다. 그나마 계란은 늘 떨어지지 않도록 쟁여놓는 편이니, 사야겠단 생각과 함께 예쁘고 나지막하며 상냥한 목소리로 가격을 여쭈면서 할머니와 눈을 맞췄다.
쪼그리고 앉아 쉴새 없이 다듬던 손을 잠시 멈춘 채 나를 쳐다보는 할머니의 눈동자는 뭐랄까, 쎄한 느낌이었다. 스카프로 가린 이마 사이로 비쳐지는 새까만 머리카락은 냉랭하고 어색했다.
"만원이에요. 드려요?" "아,네. 주세요."
할머니는 배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꼬깃한 파란색 얇은 봉투를 꺼냈고, 그 안에 계란을 담아주었는데, 재빠르게 담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고객에게 상품 품질 관련 질문이 떨어지기 전에 냉큼 건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혹은 판매 성공으로 이어지기까지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얼결이었거나. 결국 나는 계란을 받아 들고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말하고선, 환승 구간으로 걸어갔다.
기분이 별로였다.
할머니의 냉랭함도, 그 쎄한 눈빛도, 내가 상상해왔던 따스한 풍경이 전혀 아닌 것도, 동정과 적선의 결과로써 으레 따라오는 은근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한 것도, 결국은 그 비뚤어진 선함(나는 돕는 입장에 있으니 도움을 받는 너보다는 낫다)을 채우려고 그런 다짐을 가졌다는 것도, 그 마음이 채워지지 못했다고 기분이 별로인 나를 직시하는 것도, 그냥 모두가 다 별로였다.
그리고선 이제 와서 퍼런 봉투 속 담겨 있는 10개의 계란을 생각해보니, 어맛 이건 알의 유통기한도 모르고, 알이 세상에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고, 하자가 발견된다 한들 AS를 받으러 올 수도 없는, 기묘한 무언가를 아주 비싸게 사버린 셈인 것. 이런 계산이 머릿속에 돌아가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나도 할머니도 계란도 이 상황도 모조리 다 짜치고 짜치다.
만약 할머니의 표정에 상품에 대한 짧은 멘트와 고마움의 눈빛과 미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설령 계란의 신선도 운운이 거짓이었다 해도, 톡 깼을 때 노른자가 힘 없이 퍼지더라도, 스스로 선하다고 규정 지은 행위를 뿌듯해하는 은근함에 기꺼이 가벼이 넘겼을 나다.
결국 순수한 적선, 돕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돕는다고 해도, 도움을 받는 사람의 제스처가 필요한 현실을 마주한다. NGO기관에서 후원자와 아프리카 아동의 연결 뒤엔 얼마나 많은 복지사들의 업무가 따라오는가. 아동은 때에 맞춰 사진과 편지를 내어주어야 하고 결국 기관은 후원자의 "뿌듯함"을 채워줘야만 한다.
엄마 사랑은 뭘까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너무 어렵고 알 수 없는 일 같아요
엄마 진심은 뭘까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눈빛만 봐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모르겠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이웃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하고 돕는 것을 삶의 방향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으나 나를 똑바로 보면 볼수록 그럴만한 위인이 못 된다는 것을 깨닫고 또 깨닫는다. 앞자리가 네 번째 바뀌는 해를 맞이하니 내가 진솔하게 보아진다.
따뜻한 마음을 품고 싶지만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고, 사랑하려 하지만 이기적이며, 진심인 줄 알았으나 보상심리가 끼워져있는 것을 마주하는 순간, 나의 마음들에 대해 미궁에 빠지고 더욱 깊이 탐구할수록 모르겠다는 결론으로 끝이 나버린다.
어떻게 살아야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 난 몰라요
아직 모르는 답 앞에 일단은, 나를 솔직하게 두기로 결론을 내린다. 생각보다 나는 더욱 악바리에다 못돼 쳐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마음이 순도 높은 진짜가 될 날이 올까.
오기 전엔 어떤 과정들을 거치게 될까.
안의 마음과 밖의 마음이 같아져 자연스러운 내가 되기까지
나는 충분히 못된 나를 보아보고 살아보기로 했다.
#노래 토의 가능한 몇 개의 질문들 (feat. 일반 성인)
Q1) 가장 와 닿은 문장 혹은 단어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Q2)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Q3) 누군가를 사랑하려 애쓴 적이 있는가
Q4) 내가 비겁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는가, 그 이유는
Q4) 변하고 싶은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Q5)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태도나 방향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