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_박재정
나의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난 어디로 돌아갈까
그대를 처음 만난 날
아님 모두 나를 축하하던 날
꿈의 시작은 너무나도 멋져서
그 모든걸 이뤘다면 난 정말 행복했을까
아님 또 다른 고민에 밤을 지샐까
모두 내겐 소중했던 시절들
단 한순간을 택하기엔 추억이 많아
가슴 한켠 숨어있는 후회도
내가 흘러 갈 세월이 가려 주겠지
[시간_박재정]
어린 아가들을 다 재워놓고, 지수와 나란히 누워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올린 채 이어폰을 반반씩 나눠 끼고는, 조용조용히 속닥속닥하며 이 노래를 들었다.
지수는 내가 회색날들을 보내고 있을때마다 신기로울만큼 툭 내 앞에 나타나 주었다.
뉴질랜드 유학 시절 만난 그녀는 나보다 한참 동생이나, 친구같고 언니같았다.
2012년 가을, 홍천과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있을 때, 지수가 뉴질랜드에서 날아왔다. 언니 오빠 결혼한다고, 보고싶으니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저 왔단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의 심경은 신나기도 두렵기도 이리저리 복작한 법, 그녀는 내게 설명키 힘든 위로였다.
2016년 겨울, 3살 아가와 갓 태어난 베이비를 어찌해야할지 바리바리 어리버리하고 있을 때, 홍천은 만날 해외출장에 바쁘고 친정은 멀리 떨어져 있던 그 때, 머리카락은 뭉덩 빠지고 화장실 출입조차 내 의지대로 허락되어지지 않던 그 날들에, 지수는 또 마법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철산주공8단지로 날아왔다.
아기를 봐주겠단다.
나의 차디찬 진회색 날들을 하늘이 불쌍히 여기고선 겨울이 더운 그곳의 지수에게 콜을 한것일까 갑자기 천사가 툭 떨어져 일주일에 한번씩 세달간 집 문을 두드렸다.
반가워 활짝 문을 열 때마다 지수는 화장기가 없는 모습이었다. 아기를 어르고 달랠 때, 자신의 독한 화장품이 아기의 고운 살결에 닿으면 안되니 부러 그렇게 한다고 했다. 다 늘어난 목티에 무릎 튀어나온 추리닝바지를 입는, 초췌함과 피곤함으로 온 몸이 장착된 아기엄마를 위한 배려임을 알기에 지수의 말을 마음으로 깊은 고마움으로 받았다.
지수와 그 밤, 아이들을 재워놓고 침대에 도란히 누워 이 노래를 함께 들었다. 박재정과 그의 목소리, 이 노래를 지은 이와 가사의 풍경에 대해 혹 아이가 깰까 조곤조곤 이야기하다가 우리도 같이 잠들었다.
나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어디로 돌아갈까.
이 흥미론 명제는 나를 여러곳으로 데려가곤 하고, 이 곡에 흐르는 주제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오늘만큼은 지수와 누웠던 그 밤으로 돌아가보기로 한다.
모두 내겐 소중했던 시절들
단 한순간을 택하기엔 추억이 많아
가슴 한켠 숨어있는 후회도
내가 흘러 갈 세월이 가려 주겠지
내게 소중했던 사람들과 시절들, 기억들.
가슴 한켠 숨어있는 아린 후회들을 스윽 가려줄, 내 앞과 네 앞에 흘러갈 삶과 시간들에 감사한 밤.
**노래 토의 가능한 몇개의 질문들 (feat.신중년 세대)
Q1) 나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Q2) 나의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
Q3)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이었나. (모든 꿈을 이루었다면 난 진정 행복했을까)
Q4) 지나온 시간들 중 가슴 한 켠 남아있는 후회는 무엇인가
Q5) 지나온 시간들 중 가장 소중했던 기억은 무엇인가
Q6) 내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소중하고 아름다울 그림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