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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Sep 01. 2024

엄마는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나의 사춘기에게_볼빨간사춘기

나는 한때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지길 바랬어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을 울던 날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모두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두려워
아름답게 아름답던 그 시절을 난 아파서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내가 너무나 싫어서
엄마는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만 멀어만 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내게 정말 맞더라고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더 나아지더라고
근데 가끔은 너무 행복하면 또 아파올까 봐
내가 가진 이 행복들을 누군가가 가져갈까 봐
아름다운 아름답던 그 기억이 난 아파서
아픈 만큼 아파해도 사라지지를 않아서
친구들은 사람들은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모습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만 멀어만 가 

그래도 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 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포기할 수가 없어 하루도 맘 편히 잠들 수가 없던 내가
이렇게라도 일어서 보려고 하면 내가 날 찾아줄까 봐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바랬을까.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가수들이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 없을 때, 랜선으로 콘서트가 열리곤 했고, 정규 방송에서도 이런 형태를 빌려 노래하는 이와 듣는 이를 연결시키곤 했다. 

한 방송에서 내로라 하는 가수들 대여섯 명이 모여 수험생을 위해 이 곡을 불러주는데, 어떤 힘에 이끌린 것인지 약 20년 전 수험생이었던 나조차 광광 울어버리고 말았다. 어느 정도 눈가에 오르는 물 말고, 투두두둑 사정 없이 떨어지는, 어깨가 위아래로 떨리는 그 농도와 염도의 물로.


진한 눈물의 여러 요인을 분석해 보건대, 감미론 기타 선율 뒤에 바로 등장하는 낮은 목소리 "수고하셨습니다." 의 힘이 포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그 한 마디 뒤로 수험생들의 표정이 영상에 담기는데, 아이고야 네가 그렇게 우니 나도 울 밖에.  

그리고 볼빨간'사춘기'의 그녀들이 나의 '사춘기'에게로 명명한 제목 아래, 제대로 '사춘기'시기를 보내고 있는 세대에 전한 메시지이니 이 가사는 그들의 어딘가에 콕콕 콱콱 박힐 수 밖에 없었을 것. 

셋째로는 노래를 전하는 이들의 실력적인 부분인데, 듣는 이가 매우 평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지라도 눈에 물이 오를만한, 한국어와 내용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도 울림 있는 목소리로 인해 호기심을 갖고 다가올만한, 그런 힘을 가진 가수들이 심금을 자극한 것. 

여러 요소들에 영상미와 감성이 더해지고, 노래 곳곳 고3 그녀들이 등장하여 표정과 눈물로 무언가를 전해주니 이 노래, 이 버전으로 수많은 이들을 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핀다. (*비긴어게인 Reunion 단체곡)



엄마는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친구들은 사람들은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모두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두려워



청소년기에는 특히나 더욱, 수능이라는 평가가 맞물리기에 주변의 시선은 무겁고 무섭고 차갑다. 비교강국 대한민국에서 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다 보니 옆집 그 애와 엄마 친구 딸과 친한 내 짝꿍까지도 잘 되면('잘 되면'의 정의가 새삼 미안한) 꽤나 배 주변이 아픈 형국인데다, 엄마 친구와 이모 삼촌과 먼 친척들을 비롯 기타 등등의 눈들이 부릅뜨고 날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쉬이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러한 넘들의 시선에 제일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멀리 갈 것 없이 나이기 때문에 두려움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고 넓게 크고 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마흔인 지금도 온갖 시선들로부터 편안해지고자 피나게 노력하는데, 잊고 또 잊으려, 넘기고 또 넘기려 피 끓는 애를 쓰는데, 사고와 감정, 생각과 기분 사이가 널뛰어지는 리얼 사춘기 호르몬의 주인공들은 얼마나 어렵고 어려울까.    

 


나는 한 때 이 세상에 내가 사라지길 바랬어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고,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을 울고, 사랑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너무 싫다지 않은가. 그 빌어먹을 시선, 시선, 시선들 때문에. 곡에 흐르는 자초지종을 가만 들여다보면, 나의 이슈와 닿아있는 시선의 문제가 내겐 유독 부각되어 다가온다. 

남의 시선 때문에 생명도 포기하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요지경 모양새가 개탄스럽지만, 이 거대한 물결이 빠르게 멎지 않을 것이란 나름의 이성적 판단이 내려진다면, 결국 내 생각과 감정의 방향을 바꾸어내는 방법 외엔 별다른 수가 없지 않을까. 


굉장히 다행스럽게도, 곡의 결말은 '빛'이란 단어를 저기 밑에서 힘겹게 꺼내준다. 


짧게 빛을 내볼까봐. 


슬며시, 아주 슬쩍, 그는 스스로 캄캄한 어둠의 방에 작고 여린 구멍을 내었다. 이 작은 과녁 사이로 어스름한 빛이 비집고 들어가 주어야 할 텐데. 처음엔 힘없는 한 줄기 선이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반짝이는 빛의 덩어리로 단단하게 퍼질 수 있을 것임을 가만히 알려주고 싶은 마음. 아니,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가겠지. 


아프고 바랬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작았던 빛이 조금씩 퍼져가는 어느 날 문득, 온갖 시선들에서 조금은 풀려난 자신을 마주하며 스스로를 긍정하는 때가 오기를, 그 때의 기쁜 깨달음이 괴로웠던 날들을 고요히 덮어주기를. 

나의 사춘기와 너의 사춘기에게 따스한 시선과 진심 담은 응원을 띄우며, 오늘 밤은 그대들 질 높은 푹신한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라본다. 

 

 


 #노래 토의 가능한 몇 개의 질문들 (feat. 청소년, 위기청소년, 청년 등)


Q1) 내게 가장 깊이 와 닿은 가사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Q2)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랬던 적이 있는가, 그 이유는.

Q3) 엄마 아빠, 친구들과 사람들이 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는가. 그 시선은 내게 어떤 감정을 주는가.

Q4)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내가 짧게라도 낼 수 있는 빛은 무엇인가. (어떤 답이든 자유롭게. Ex. 환한 미소) 

Q5) 그 빛을 누구에게 비춰주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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