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00GW, 숫자 뒤에 남는 질문들

숫자보다 먼저 묻게 되는 것들

by 원지윤

2026년 정부 업무계획에는 ‘재생에너지 100GW 시대’와 ‘전 부문 탈탄소 가속’이라는 목표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산업·수송·건물 전 부문에서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로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함께 제시됐다.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목표가 구체화될수록 정책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이 전기는 어디에서 만들어져, 어떤 경로를 따라 우리 삶으로 들어오게 될까.


100GW는 실제 발전량이 아니라 설비용량 기준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과 바람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용량의 화력발전을 그대로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언제나 송전망과 저장장치, 전력계통 안정화 논의와 함께 등장한다. 전기는 생산되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소비지로 이동해야 한다.


정부가 함께 꺼내 든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은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수도권과 대도시 수요지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 인프라다. 문제는 고속도로가 그렇듯, 에너지 고속도로 역시 누군가의 지역을 지나야만 완성된다는 점이다. 발전 설비보다 송전선과 변전소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다.


전 부문 탈탄소 역시 생활과 멀지 않다. 산업 부문에서는 공정 전환과 전기화가,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수소차 전환이, 건물 부문에서는 보일러 교체와 단열 강화가 요구된다. 탈탄소는 거대한 기술 전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장의 전기 계약, 출퇴근 수단, 집 안의 난방 방식과 직결된다. 그만큼 비용과 부담이 누구에게 먼저 놓일지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정책에는 늘 세 가지 단어가 함께 따라붙는다. 속도, 비용, 지역수용성. 빠르게 추진할수록 설명과 합의는 부족해지고, 비용을 낮추면 전환 속도는 느려진다. 충분한 협의를 거치면 정책은 늦어진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법은 아직 없다.


재생에너지 100GW는 분명한 목표다. 하지만 그 숫자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설비의 양보다 전기가 흐르는 경로, 그리고 그 경로를 누가 감당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과 지역, 그리고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GREEN LOG DAILY는 이 계획을 평가하기보다 기록한다. 목표가 제시된 뒤, 전기가 실제로 흐르기까지 남겨지는 질문들을. 숫자 다음에 따라오는 현실이야말로, 탈탄소 정책의 진짜 현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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