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언어가 흔들릴 때 생기는 혼란
언제는 종이 빨대를 쓰라더니, 이제는 재질과 상관없이 빨대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번복처럼 보이지만,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읽힌다. 대체재(종이 vs 플라스틱) 논쟁을 끝내고, ‘사용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단어가 등장한다. 환경전주기평가(LCA)다. LCA는 제품이 원료 채취부터 제조·운송·사용·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합산해 비교하는 방법이다. 겉으로 친환경처럼 보이는지가 아니라, 전체 과정에서 무엇이 더 부담인지를 따져 묻는다.
이 관점으로 보면 종이 빨대가 항상 더 친환경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종이는 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사용량이 커질 수 있다. 위생과 내구성을 위해 들어가는 특수 코팅(방수 코팅)은 추가 공정과 재료를 늘린다. 그 코팅 때문에 재활용·퇴비화가 어려워져 일반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도 생긴다. 젖지 않게 하려면 포장과 운송 조건이 강화되고, 그만큼 부자재와 물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플라스틱 대신 종이가 아니라, '아예 빨대를 덜 쓰게 하자'로 수렴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신호다. 신호가 흔들리면, 현장은 비용을 먼저 치른다. 한 번은 종이가 더 낫다고 말하고, 또 한 번은 종이도 코팅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그 사이 업계는 설비를 바꾸고, 점주는 민원을 받고, 소비자는 ‘또 바뀌네'라는 학습을 한다.
같은 날 함께 나온 컵 따로 계산제도 그렇다. 처음엔 ‘컵값을 더 내는 제도’처럼 읽혔고, 뒤늦게 정부는 '이미 음료값에 포함된 컵값을 영수증에 따로 표시하는 것'이라고 정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거다. 가격을 올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가격 신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표시는 정책이고, 표시의 언어가 불명확하면 시장은 먼저 '인상'으로 번역한다. 그때부터 생기는 혼란과 불신이, 탈플라스틱의 가장 큰 사회적 비용이 된다.
그래서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규제의 일관성이 준비돼 있는가. 금지가 필요하다면 시행 시점, 예외 기준(노약자·장애 등), 현장 운영 방식, 전환 지원까지 한 문장으로 읽히게 제시돼야 한다.
탈플라스틱은 ‘좋은 의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측 가능한 신호와, 반복 가능한 실행으로 완성된다.
GREEN LOG DAILY는 이 논쟁을 '종이가 낫냐, 플라스틱이 낫냐'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체재의 우열을 가리는 순간, 정책은 다시 ‘재질 전쟁’으로 후퇴하고 만다. 우리가 기록해야 하는 것은 재질이 아니라 정책 신호의 품질이다.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예외인지, 그 문장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 내려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먼저 비용을 치르고, 누가 가장 늦게 보호받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