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노트#24 새별오름에 새 별이 오르다

하봄이와 견딘 길, 코코가시작한 길

by 원지윤

# 감사한 / 일

오늘 온 가족이 코코랑 하봄이를 데리고 오름에 다녀왔다. 목적지는 새별오름이었다. 나에게 새별오름은 예쁜 풍경 이전에, 어떤 시절을 통과하게 해준 장소다. 제작년 내가 우울이 깊었을 때, 하루에 두 번씩 오르던 길. 그때의 나는 살기 위해 걸었고, 하봄이는 이유를 묻지 않고 내 옆에 있었다. 바람이 센 날엔 바람을 같이 맞아줬고, 해가 짧은 날엔 해가 짧은 만큼만 걸어줬다. 그 시간을 새별오름이, 그리고 하봄이가 함께 품어줬다.


그런 새별오름에 오늘은 코코가 처음 올라섰다. 코코는 태어나 처음으로 오름이라는 곳을 경험했다. 집밖 외출이라곤 병원이나 동네 산책뿐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나들이였다. 코코는 신이 나서 흥을 주체하지 못했고, 사람만 보면 엉덩이를 열심히 흔들어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처음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선명할 수 있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종종 하봄이가 더 착하고, 코코가 더 사나울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반대다. 하봄이는 생각보다 까칠하고, 코코는 순둥하고 사람을 엄청 좋아한다. 겉모습이나 이미지가 성격을 대신해버리는 순간들이 있지만, 나는 안다. 우리 집에서의 코코는 환영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강아지이고, 하봄이는 자기 기준이 확실한 강아지다. 둘 다 그 나름으로 사랑스럽고, 둘 다 우리 가족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요즘 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 자주 생각한다.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것, 다 같이 밖에 나갈 수 있다는 것, 강아지들이 안전하게 뛰고 아이가 웃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장면이 내겐 감사의 장면이 된다. 그리고 코코가 두 달 반에 우리 집에 왔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집도 같이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강아지만 자라는 게 아니라, 집도 같이 자라는 일이라는 걸 오늘 또 배웠다.


무엇보다 아이가 강아지를 마냥 귀여워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게 좋다. 아이는 정말 보호자처럼 훈련도 시키고, 놀아도 주고, 산책도 시킨다. 책임을 다루는 손이 점점 능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컸구나 하는 마음이 여러 번 올라왔다. 아이의 성장도, 강아지들의 성장도,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함께 건너는 우리 가족의 성장도—오늘 새별오름에서 한꺼번에 확인한 것 같다.


# 감사한 / 말

(오늘 내가 나에게 건넨 말) “평범한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다.”


# 감사한 / 존재

우리 아이: 귀여움 다음의 책임을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우리 가족(나 포함): 함께 자라는 쪽을 선택해줘서.

하봄이: 내가 무너지지 않게 옆을 지켜준 존재여서.

코코: 처음을 온몸으로 기뻐해줘서, 우리 집에 새로운 계절을 데려와줘서.


마지막으로, 앞으로 펼쳐질 코코의 모든 순간과 하봄이의 모든 순간이 기대된다. 강아지들과 함께 커갈 우리 아이의 모습도 기대된다. 새별오름은 과거의 나를 안아준 곳이었는데, 오늘은 미래의 우리를 슬쩍 보여준 곳 같았다. 바람이 분 만큼, 우리는 또 한 번 잘 자라났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