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차 백두대간 입산. 큰재 ~ 추풍령
날씨 대장님께서 날씨를 공지해 주셨는데, 영상 10도 넘길래, 이제 봄이구나 했다. 3월이니까, 내가 배워온 계절로는 봄이 확실했다. 덕분에 산행 복장도 가벼워졌다. 그래도 산에 눈이 있을 수 있으니, 아이젠을 챙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봄이라 확신했기에 눈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봄 산행을 기대하며 들머리 큰재에 도착했다. 산행은 5시 반에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산에 아직 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눈이 녹아서 스무디 같은 상태라서 발을 디디면 전후좌우 중에 한쪽으로 발이 밀렸다. 발 밀림을 제어하기 위해 발에 힘을 주며 걸어야 해서 체력은 1.5~2배 더 소모되었다. 무전기로도 눈 샤베트 위를 걸으니 힘들다는 아우성이 들렸다.
첫 번째 봉우리, 아마도 웅이산에 도착했는데, 저 멀리 풍경에는 아직도 눈이 많았다. ‘아직 산은 겨울이구나.’ 싶었다.
봄이라 생각했던 사람은 아내도 마찬가지였나 부다. 여벌 옷도 안 가져오고, 뜨거운 물도 안 챙겨 왔다. 초반 오르막에서 힘들다고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배탈이 났다. 멀미처럼 어지럽다면서 주저앉았다. 그 후로는 가다가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내가 보기에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서, 오늘은 중도에 하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오늘은 작점고개에서 짜장면, 짬뽕을 시켜 먹는 날이었는데, 여러 번에 나누어 주문할 수가 없어서, 선두부터 후미까지 차이가 많이 나지 않게 가야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무전으로 아내가 많이 안 좋아서 작점고개에서 하산할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가셔도 된다고 했다.
조금 더 가니 후미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고, 다 같이 갈 수 있다고 북돋아 주셨다. 아내는 주변 분들로부터 이 약, 저 약 받아먹었고, 후기대장님이 따뜻한 보온병을, 보급대장님이 패딩 점퍼를 빌려주셨다. 여러 분들의 응원과 도움 덕분에 아내는 상태가 호전되었고, 작점고개까지 선두와 크게 뒤처지지 않은 시간에 작점고개에 도착했다.
아내 속이 안 좋아서 짜장면을 하나 덜 시켜야 하나 걱정했는데,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주문 수량은 변동시키지 않았다. 잠시 후, 모닝 한 대가 들어오는데, 선배 기수 학부모님들께서 “자동차 안 바꾸셨네”라고 말씀하시면서, 짜장면 배달을 반기셨다.
오늘 메뉴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다. 산행 중에 이런 메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해봐서 그런지 더 맛있다.
아내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짜장면을 싹싹 다 먹고 기운을 차렸다. 역시나 아내는 점심 이후에 컨디션이 올라온다. 점심 이후의 산행은 크게 어려움 없이 온 것 같은데, 바닥이 샤베트인 상태는 지속되서 피로감은 계속 누적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산 봉우리로 알고 있던 들기산에 도착했다.
그러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데, Garmin 워치에는 더 이상 오르막이 없는데, 눈앞에 깔딱 고개가 나왔다.
절망감에 무전으로 “왜 여기서 오르막이 나오냐?”고 했더니, 별거 아니라고 하신다. 그리고 올라갔는데, 정말 별거 아니긴 했다. 금산이라고 되어있고 통제되어 있는데 빼꼼하게 들어가서 전망을 보니 멋졌다. 다만 그 아래로 낭떠러지라 진입을 통제해 둔 듯했다.
처음 산행 공지에는 18.7km라고 나왔는데, 실제 완주 거리는 20.5 km정도 되었다. 보통 계획대비 어느정도 차이가 나긴 했는데, 오늘따라 더 길게 느껴지기는 했다.
나는 산행의 난이도를 다음날 내가 오전 중에 등산 장비를 정비할 수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한다. 산행 복귀 다음날 오전 중에 정리를 못하면, 진짜 힘든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제 산행도 눈으로 피로는 심했지만, 오전 중에 정리를 할 수 있었다.
2025. 3. 8 백두대간 16구간(큰재~추풍령)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