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째 입산 기록. 백두대간 화방재 ~ 두문동재 구간
누군가 “아이젠 안 하셨네요?”라고 물었다.
“네, 운동량을 늘리려고 안 했습니다. 아이젠을 안 하면 발에 더 힘을 줘서 운동량이 늘어나거든요.” 라고 답했다.
폭설로 입산 통제가 되면서 1개월 만의 산행이었다. 나에게는 총 3번째 겨울 산행이었는데, 3번 중에 2번은 아이젠을 하지 않았다. 물론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아주 위험해 보이지 않으면 착용을 하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서는 종종 위험한 구간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지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산을 좋아하는 줄 알겠지만, 24번째 산행을 하면서도, 나는 아직 산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신 나는 이우백두에서 백두대간을 걷는 것을 월 2회 하는 고강도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 도착하는지, 언제 끝나는지는 전혀 궁금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익숙해져서 조금 더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서 아이젠도 되도록 착용하지 않는다. 보급2대장님도 나와 같았다.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발에 더 힘을 주고, 꾹 누르면서 걷게 된다. 런지 자세에 발바닥에 힘 꾹 주는 것 같은 운동이 된다. 고강도 운동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나는 다 계획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 겨울 산행의 예쁜 풍경은 고강도 운동에 더해지는 덤이다. 이번 구간에 있는 함백산은 겨울 산행 중에 꼭 가야 하는 산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그 풍광이 아주 비현실적이었다.
설경을 보면서 걸어가는데, 걸어가는 옆으로 멀리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보니, 살아 움직이는 풍경 옆을 걸어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현실 감각이 굉장히 떨어질 정도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길을 걸었다.
두문동재에서 두문동재 삼거리 까지는 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버스가 올라오지 못해서 걸어 내려가야 했는데, 중간중간 지름길에 눈썰매를 탈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위험한 경사라서 나는 시도해 보지 않았다. 대신 나는 아이젠 없이 더 발에 힘을 주고 급경사를 내려왔다.
이제는 산행 자체의 난의도에는 큰 신경을 안 쓰다 보니, 대체로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만, 선두, 후미 간격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어서, 이번 산행은 확실히 안 어려웠던 것 같다.
2025. 2.22 백두대간 35B 구간(화방재~두문동재)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