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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Jul 20. 2023

나는 '나'를 가설검증 한다.

Spec. : 대기업 13.5yrs / 스타트업 4yrs

개인투자조합 하면서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대기업에서 10년 정도 일해 본 Co-founder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Co-founder가 대기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있으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경력직들이 합류하지만, 경력직 수준에서 대기업의 장점을 도입하도록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표와 토론이 가능한 Co-founder가 대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인생 첫 백수로 6개월간의 Gap year을 보내고, 나의 다음 커리어를 어떻게 할지 정리했다. 앞서 말한 Co-Founder급으로 초기 스타트업의 senior 멤버로 합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Series B 전후의 CFO를 다음 커리어로 생각하고, 몇몇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커피챗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에서 CFO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유치였다. 하지만, 나는 투자 유치를 리드한 적이 없어서 적임자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럼 더 early stage로 가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한 스타트업의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SEED 투자유치가 필요한 상태였다. Advisor가 IR 자료를 만들어 주고 있는데, 많이 미흡한 상태였다.


나는 대기업, 스타트업 극단적인 두 기업 형태의 조직을 경험하면서, 조직 운영에 대한 균형감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영업실무 9년, 투자/관리 업무 6년. 투자자의 마음과 실무자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를 토대로 나를 가설의 대상으로 정하고 검증을 해보려고 한다.


대기업, 스타트업을 충분한 시간 동안 경험하고, 영업 실무와 투자 업무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스타트업을 더 빠르게 성장하는데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2023년 2월 중순 예체능 관련 플랫폼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SEED 라운드 투자유치를 리드했다. IR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보았고, 투자심사역 지인들에게 Feedback을 받아서 수정 보완하기를 반복했다. 여기에 재무 추정 자료를 만들면서 가능할지,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다.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자료를 만들기보다는, 우리 회사의 현실을 반영해서 만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Vision을 뾰족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IR 피칭 시에 설명이 많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대표님의 진정성을 어필하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었다. IR Deck이 이야기를 위한 준비락 보면, 대표의 열정과 역량이 초기 스타트업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CFO로 합류하여 투자가 결정되면 정식 채용되어 근무하기로 하고 2달여를 함께 일했다. 

투자 혹한기였고, 투자가 지연되면서 나는 생계를 위해서 4월에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았고, 5월부터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CFO로 근무를 하게 되면서, 4번의 IR 피칭을 마치고 나 스스로에게 몇 가지 배울 점을 남겼다.


1. 극초기 기업의 투자 유치는 IR 자료보다는 대표의 열정, 진정성, 역량이 더 중요하다. 

    나도 스타트업 투자를 할 때, 재무제표는 잘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미 있는 실적이 없는 경우가 많고, Pivoting을 하면 과거의 재무제표는 현재의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대표의 열정과 윤리성을 봤던 것 같다. 실제로 IR 피칭을 지원하면서, 피투자사의 CFO로서 있으면서, 지금 내 앞에 있는 투자자들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2. 극초기 기업에서는 가치 판단을 하기 어렵다.

    사실 Early stage 스타트업에 합류하려고 했던 이유는 대표에게 정량적인 정보를 근거로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잘 성장하게 내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CFO는 대표가 A, B, C를 추진하겠다고 하면, 각각의 프로젝트의 Net Present Value(NPV)를 구하고 가장 큰 NPV를 보유한 프로젝트에 집중하자고 말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별 프로젝트 중에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 알 수 없고, 각각의 프로젝트가 미래에 가져다 줄 매출을 추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별 프로젝트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어떤 것이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A, B, C를 모두 다 해야 한다. 나 나름대로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분석을 해보지만, 판단 근거를 만들 만큼 의미 있지 않다. 



실제로 Seed 라운드의 회사에서 일해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은 많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경험해 본 덕분에 잘 맞춰져 일해볼 수 있었다. 지금 있는 스타트업에서도 맞춰서 일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나는 나를 검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Senior Level로 일하기 위해서는 대표와의 fit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서로 말이 통하고, 티키타카가 될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재밌게 나를 계속 검증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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