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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Apr 18. 2023

명품 커머스 3사를 해쳐본다

커머스 플랫폼의 보릿고개를 각자 어떻게 넘고 있을까?

4월은 외감대상 기업들의 실적이 공시되는 달이다. 대게 주주총회 후 7일 이내에 공시하게 되어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주총회일을 3월 말로 잡아 놓는 점을 감안하면 4월 7일에는 공시가 돼야 무탈하게 공시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자공시 시스템에 보면 며칟날 공시되었는 지도 볼 수 있는데, 트렌비 7일, 발란 11일, 머스트잇 14일에 공시된 것을 볼 수 있다. 빨리 공시한 순서대로 살펴보려고 한다.

* [Disclaimer] 오롯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만을 보았으며, 개별 수치에 대한 분석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1. Overview; 자산, 부채, 자본과 부채 비율  (단위 : 억 원)

머스트잇의 경우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장부가액이 315억이고, 이에 담보대출이 240억이 잡혀있다. 그 값을 제외하면, 자산 231억 원, 부채 157억 원이 된다. 그렇게 보면 외형은 세 곳 모두 비슷비슷하다.

부채 비율 측면만 보면 발란이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2. 유동성

발란, 머스트잇은 사용 제한 단기 금융 자산이 있어서, 이는 제외하고 분석했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유동부채, Quick Ratio는 당좌자산/유동부채로 계산했다. Quick Ratio는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을 제외하고 유동성을 분석하는 지표인데, 3사 모두 유동자산에서 당좌자산을 제외하면 재고자산만 남아서 그렇게 분석했다.

이 비율의 분석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를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한 지를 보여준다. 1보다 크면 자산이 부채보다 크기 때문에 유동성에 있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3사의 재고 자산은 명품일 것이므로 단기간에 처분할 경우 상당한 가치 하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금화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Quick Ratio로 유동성을 판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해당 재고(명품)를 담보로 자금을 확보하거나 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유동비율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


여기서 발란은 약간 위험해 보인다. 2022년의 유동비율과 Quick Ratio 모두 1보다 작고, Quick Ratio는 특히 작다. 뒤에서 보겠지만, 재고자산이 상당히 큰 이유도 있다.


특이사항>

[trenbe] 당좌자산 중 부가세대납금이 123억(자산 43.7% 비중)으로 과다하다. 2021년에도 94억(자산 25% 비중)이었어서 사업 구조상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두 회사는 부가세 대납/대급금이 크지 않다. 매입 부가세를 환급받는 구조로 보이는데, 매년 대납금이 이렇게 크다는 것은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해외 직배송 형태가 많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는 좀 더 공부를 해서 말해보겠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드린다.


3. 재고자산, 매출원가

* 재고자산 관련 자료를 정리했고, 파란 글씨는 자체적으로 계산한 값이다. 자산 중 비중은 자산 전체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고, 충당 비율은 상품 재고 중 평가손을 잡은 비율이고, 연 상품매출 비 연말 재고 수준은 연간 상품 매출 대비 상기 재고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계산했다. 1개월/12개월 하면 8.3%여서 1개월치 재고를 8.3%라고 감안해 보면 재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 지 감이 올 것 같다.


trenbe 작년 대비 재고자산을 60% 줄였고, 연간 상품 매출 727억 원 대비로도 4.6%로 0.5개월치 재고 수준으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보인다. 감사보고서상 당기 매입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구체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자구책이 느껴진다. 충당 비율도 전년 대비 크게 차이가 없어서, 재고의 진부화를 관리하고 있다고 보인다.

BALAAN 사실 재무제표 보면서 얘들 뭐 하는 거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산 중에 재고자산의 비중이 53%로 전년말 10%에서 5배나 뛰었다. 게다가 연간 상품매출액의 21.2%로 2.5개월치 재고를 들고 있는 상황으로 비친다. 여기에 상품평가손 충당금액 설정 비율이 9.2%인데, 2020년 14%, 2021년 11.5%에 비해서 낮아졌다.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해서 진부화를 관리해서 낮아진 것이면 좋겠지만, 만약 평가손을 과소 계상한 것이라면, 조금 더 재고를 적게 봐야 할 필요성도 보인다.

MUSTIT 재무제표상 재고자산 관련해서는 더 자세한 내용이 없다. 자산 대비 비중은 크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연간 매출액 대비 연말 재고 수준은 작년 71.2%보다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44.9%로 5개월치 수준의 재고로 보인다.


다음으로 재고자산과 직결되는 매출, 매출원가를 살펴보자.

우선 매출인데, 매출의 구성을 좀 보려고 한다. 매출의 구성을 알아야 재고자산과의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할 것 같아서이다.

재고자산과 직결되는 상품매출을 보면 trenbe, BALAAN의 상품매출의 비중은 낮추고 수수료 매출의 비중을 높여서 매출을 키우는 모양새다. 특히 BALAAN은 수수료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MUSTIT은 상품매출의 비중을 키우는 모습니다. 플랫폼 매출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이를 수수료 매출이라고 보면 금액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면 BALAAN의 재고 증가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상품매출은 줄였는데, 재고자산은 3배가 늘어났다. 전략이 최근에 바뀌어서 일시적이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재고 관리 차원에서는 잘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재고를 운영해서 얼마나 벌까?

trenbe의 경우는 당기 상품 매입액 정보가 없다. BALAAN, MUSTIT의 경우 투자를 받아서 상품 매입을 해서 볼륨을 키우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비친다. 전체 매출 대비로는 상품 매출 외의 매출이 많아서 매출 원가율은 낮아 보이나, 상품 매출만 놓고 보면 상품매출의 원가율은 BALAAN, MUSTIT 둘 다 90%에 가깝다. 즉, 재고를 팔아도 이익이 되는 것은 10% 수준인 상태인 것이다. 여기에 진부화된 악성 재고를 들고 있는다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비유동자산

3사 모두 커머스 플랫폼이어서 비유동자산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BALAAN, MUSTIT에는 특이한 것이 있어서 살짝 짚어본다.

BALAAN 시설장치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7천만 원대에서 2021년 5억 2천만 원, 2022년에는 23억(자산의 9.6% 비중)이 되었다. 재고도 늘고, 시설장치도 늘어나는데, 과연 어떤 전략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부분은 시설장치 명세가 없으면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 나머지 2개사도 시설장치가 있지만, 자산의 2~3% 수준이다. 

MUSTIT 토지, 건물을 샀다. 개인적으로 투자유치하면 사옥을 확보해야 된다고 본다. 그래야 자산 Portfolio가 안정돼서 그런데, 여기가 그것을 한 것인지, 별도의 사업용 부동산을 매입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2021년에 담보대출 240억을 받아서, 317억의 토지, 건물을 매입한 것 같다. 이 자산이 MUSTIT이 힘든 시절을 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5. 유동부채

3사가 유동부채 만기 분석을 주석에 넣었는데, 모두 기준이 달랐다. trenbe는 3개월 이내 유동부채가 전체 유동부채 중 73.5%였고, BALAAN은 6개월 이내 유동부채가 전체 유동부채 중 95.8%였다. MUSTIT은 유동, 비유동 부채를 하나로 분석하면서 1년 미만의 기간에 도래하는 금액이 얼마인 지는 표시하지 않았다.


3사 중에 MUSTIT이 유일하게 비유동부채(장기차입금)가 있었지만, 앞서 말한 토지/건물 담보 대출이었기에 실제로 운영을 위한 장기차입금은 3사 모두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 각종 비용

손익계산서를 보면 의아하다. 수익이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MUSTIT의 경우, 비용 절감 노력을 한 듯한데, 그래도 매출대비로는 비용이 과다해 보인다. BALAAN은 비용이 크게 늘었는데, 이것만 보면 내부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나? 하는 의심이 든다. 분명 혁신적인 전략이 있으리라 믿는다. trenbe의 경우 영업이익 적자의 폭은 줄였으나, 여전히 손실이 크다. 3사 모두 영업이익 손실 상태라서, 개인적으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2023년을 잘 견뎌내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럼 영업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을 보자.

* 급여 관련 항목 : 임원 급여, 직원 급여, 퇴직 급여, 복리후생, 잡급

* 판촉 관련 비용 :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판매수수료

   (지급수수료의 경우 판촉과 무관할 수도 있으나 포함하여 분석하였음)


trenbe를 제외하고는 판촉 비용을 늘렸다. trenbe가 재고도 줄이고, 수수료 매출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판촉 비용도 줄이는 것이 생존을 위한 전략이겠으나, 성장 동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보이기도 하다.

반면 BALAAN은 판촉비용을 늘려서 매출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

그런데 급여 관련 항목 중에 BALAAN만 유일하게 3배가 늘었다. 퇴직급여까지 합쳐놔서 퇴사자가 많은가 했지만, 급여 자체가 155% 늘어난 영향으로 직원이 늘었다고 판단된다. 사실 인력을 채용하고 양성하는 것이 회사의 자산이 되겠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고정비로 전락할 수 있어서, 기업의 빠른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는, 내부 인프라가 잘 안 되어 있어서, 사람으로 메꾸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걱정된다.



하루 날 잡아서 3사의 감사보고서를 읽어봤는데, 재무제표만 보고는 각 회사들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유통상에 가까울 정도로 상품 매출의 비중이 커 보인다. 플랫폼 파워를 활용한 수수료 매출을 키우면 재고 부담을 덜 가져가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외형을 키우기 위해 상품의 매입, 매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스타트업의 재무제표는 유의한 정보를 전달해 주기는 하겠지만, 제한적이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언제든 pivoting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재무상태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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