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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새 학기에 꼭 해야 하는 일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드디어 오늘 등교를 함으로써 둥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새 학기의 시작은 지난번에도 언급했듯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첫날이어서 2교시까지만 하고 돌아왔는데 녀석들의 표정이 걱정했던 정도보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날 함께 명상을 하면서 걱정되는 마음을 다스린 효과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새로운 담임선생님에 대해서도 말하고 동급생들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왔더군요. 둥이들이 다니는 중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께 드리는 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간단한 개인 신상명세를 적어서 제출합니다.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여기에 꼭 적거나 따로 선생님께 알려드려야 할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인데요.


행복이와 건강이는 5학년까지 키즈워치를 사용하다가 6학년 때부터 중학교를 다니는 지금까지 피처폰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물론 고등학교 수험생일 때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그렇지만 한 번도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중독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해 줬을 뿐이었죠. 제가 판단하기로는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절제력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인정하고 있으며 본인들도 아직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도 본인들이 원하면 사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물론 저를 논리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지만요.


여담으로 건강이는 스마트폰은 물론 연애까지도 대학교 가서 생각하겠다고 말해서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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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스마트폰이 없다는 점이 왜 담임선생님께 따로 알려드려야 할 일인지 궁금하실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실을 전달해서 선생님께 칭찬받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선생님이 학기 초에 학생들과의 소통이나 반 공지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단톡방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경우가 제법 있어서입니다. 작년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도 단톡방을 만들 생각이셨던 모양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따로 말씀을 드린 뒤 구글 클래스룸으로 운영방식이 변경되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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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더 안전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동안 학교폭력심의위원 활동을 하면서 단톡방을 통해 생기는 수많은 문제 사례들을 봐왔기 때문이었죠. 학폭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특히 카카오톡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는 물론 교육기관에서도 학생에게 제대로 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키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좀 더 방어적으로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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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아이들이 새로이 다니는 학원에서도 단톡방을 운영한다고 해서 아내가 공지사항을 받아서 둥이들 휴대폰으로 전달해 주고 있죠.


이번에도 학기 초에 미리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려고 아이들이 쓰고 있는 상담지에다 적어놓으라고 일러뒀습니다. 현재 둥이들과 같은 반 학생 26명 중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가 한 명 더 있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두 명보다는 세 명이 나을 테니까요.


이미 반톡은 꽤 활성화되어 있고 선생님과 카톡으로 소통하는 친구도 많습니다. 친구 관계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죠. 특히 또래 문화에 예민한 여학생들 같은 경우가 그러합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썼을 때 얻는 장점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절제력이 없거나 절제력이 없는 부분을 단호하게 훈육할 수 있는 부모의 의지가 없다면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독과 다름없습니다. 장점을 모두 잡아먹어버릴 확률이 높죠. 중독이 심해지면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그 좁은 사각형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도박을 접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음란물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마찬가지죠.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으시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집에서는 노트북을 필요할 때 충분히 사용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이미 중학생이 되면 각각 1대씩 주어지는 교육용 넷북인 '디벗'도 있으니 아이가 새로운 기술에 뒤처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습니다.


사실 디벗 또한 아이들이 접근 제한 장치를 해제해서 게임이나 음란물을 접하는 용도로 쓰고 있으니 이런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과연 4차 산업혁명 시기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데 과연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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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스마트폰을 아직 주지 않은 제 선택에 확신만 더할 뿐이죠. 저조차도 스스로 사용량을 조절하는데 자신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집은 올해도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쏘아 올린 아이폰으로 시작된 내 손안의 작은 인터넷 세상은 아이들이 좀 더 성숙해진 다음에 접하게 해 주기로 말이죠.


한 줄 요약 : 뭐가 되었든 간에 새로운 문물은 그 용도를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가지는 편이 맞지 않을까? 어른도 조절하면서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을 아이에게 주는 건 어른의 무책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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