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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y 20. 2024

2박 3일 학교 수련회에 아이들을 보내는 마음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 아침부로 둥이들이 2박 3일의 학교 수련회에 참가했습니다. 수련회에 함께 하기까지의 여정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둥이들은 이런 행사를 늘 거절해 왔거든요.




아이들이 학기 초에 수련회라는 단어가 제 입에서 나오자마자 이번에도 가지 않겠다 합니다. 저와 닮아 제대로 된 집돌이인 둥이들은 사흘이나 집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죠.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의견을 존중해 줬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서 집의 소중함도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냥 가라고 밀어붙이기는 어려웠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학부모회 임원도 함께 참여해야 하는 수련회 사전답사였죠. 학부모 참여는 권장사항이었는데 이 답사를 가기 위해 저는 따로 휴가까지 하루 냈습니다. 아이들의 불안감을 불식시켜 주기 위해서였죠. 태안과 서산 두 군데를 다녀온 뒤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재미있을 듯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선생님들이 정말 신경을 많이 쓰시더라'는 등의 말로 아이들을 걱정을 줄여줬습니다.


당연히 현장에 가서도 사진을 꼼꼼하게 찍으면서 챙겨봤습니다.




이렇게 수련회에 진심인 이유는 제 학창 시절 겪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 제주도를 목적지였던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습니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그 돈으로 사고 싶었던 가방이 있어서였죠. 전적으로 제 자의적인 판단이었죠. 평소에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인데 그때만 유독 그랬습니다. 


이런 체험활동을 가지 않으면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자율학습을 합니다. 재미없는 사흘을 보내던 중 충격적인 사건까지 생깁니다. 마지막 날에 평소 가지도 않던 골목길로 가다가 불량배에게 그 돈을 빼앗기고 말았고 추억도 가방도 얻지 못한 최악의 결과를 맞았죠. 그런 기억 때문인지 수련회나 수학여행은 꼭 보내고 싶었습니다.




학교 알리미로 수련회 일정과 비용 납부, 장소통보 등  날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처음과는 많이 설레는 모습입니다. 계속 안심시켜 준 덕인 듯합니다. 안 가도 된다고 슬쩍 떠봤는데 이제는 요지부동입니다. 열심히 준비물도 보드판에 적고 며칠 전부터 짐을 싸놓는 등 들떠 보였죠. 출발하기 전날 재우기 전에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기대된다는 말을 해서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되려 제가 보통 사람보다 불안감이 높은 범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안전을 비롯한 여러 걱정들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여서 걱정이었죠. 이런 부분은 결국 어른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겠죠. 어제 자기 전에도 둥이들에게 장난스럽게 "안 가면 안 돼? 교통비 빼고는 환불해 준다고 하던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저도 어지간히도 유난스러운 아빠 같아서 좀 민망합니다. 



오늘도 아침 9시까지 학교로 집합하는데 저와 아내가 8시 전에 출근이어서 아이들이 가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침에 행복이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40~50분이 지체되어 출발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학교 전체 3개 학년 33개 반이 모두 한꺼번에 출발하다 보니 버스 주차부터 탑승까지 학교 근처는 아무래도 엄청나게 정신이 없었겠죠.


3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거리라서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었는데 메시지가 와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부터 퇴소할 때까지는 휴대폰을 회수해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이번 수련회가 안락했던 둥지에서 나아가 스스로 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함께 떠나보내는 훈련을 하는 셈이 될 테고요. 2박 3일 동안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아이가 둥지를 떠나는 연습을 해야 하듯 부모도 둥지를 떠나보낼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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