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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May 16. 2024

보드게임, 그까이 꺼 뭐 대~충 만들면 되지!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좋은 매개체로 쓰이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보드게임입니다. 아이가 둘이고 연령이 같기에 그동안 활용을 잘해왔죠. 제가 보드게임을 엄청 좋아하기에 비용은 아끼지 않았습니다.


선물을 친척들이 사주신다고 할 때면 보드게임을 받은 적도 많았죠. 그 덕분에 아이들과 저녁시간에 애착관계를 잘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에너지를 덜 쓰고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죠.




문제는 이 세계는 끝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새로운 보드게임은 점점 더 출시되더군요. 그렇다고 그때마다 마냥 살 수는 없었습니다. 통장잔고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최근 꽤 흥미로웠던 게임이 있어서 고민 끝에 제가 새롭게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도전에 대한 영감은 바로 한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죠. <더 지니어스>라는 두뇌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든 PD가 론칭했던 <데블스 플랜>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블라인드 오목이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오목은 두 사람이 서로 한 번씩 돌을 판 위에 놓는데 흑백 중 한 가지의 바둑알로 다섯 개의 알이 연속으로 놓이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블라인드 오목은 여기서 흑백의 바둑알이라는 개념을 없애버렸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바둑알을 가지고 자신의 수를 머리로만 기억하면서 두는 방식인데 마치 <신의 한 수 : 귀수 편>에서 투명바둑알로 두는 대국을 연상케 합니다.


이 게임은 자신이 둔 수를 무조건 머리로 기억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억력이나 집중력을 키우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어른은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일단 마음을 먹었으니 재료를 세팅합니다. A2 사이즈 마분지 두 장을 테이프로 붙여서 커다란 바둑판 모양을 만듭니다. 집에 길쭉한 자도 없어서 집에 있던 커다란 책을 이용합니다.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냐고 물으신다면 바둑알을 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드릴 수 있겠군요. 

신혼 때 재미 삼아 손님이 오면 할까 싶어서 포커용 카지노 칩을 사다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쓰지를 않고 수납장에 묵혀 있었습니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잠깐 포커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베팅하는 방법까지 알려줬는데 그때 한 번 사용해 본 이후로는 꺼낼 일이 없었죠. 애물단지였던 이 물건이 이렇게 좋은 장난감 재료로 탈바꿈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열심히 만들고 나니 조악하기는 합니다. 당연히 정식으로 판매하는 보드게임에 비해서는 모양새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교하고 돌아와서 피곤하다는 아이들에게 사정사정해서 먼저 한 판만 해보자고 합니다. 고객의 반응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물론 처음 해보는 게임이라서 금방 끝났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흥미를 가져줍니다. 건강이는 몇 번 해보더니 자신은 이 게임의 필승법을 알고 있다면서 잘난 척을 합니다. 세 판 해서 세 판 다졌습니다.




가장 최근에 한 게임은 칩이 다 떨어질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아깝게 지고 말았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눈치껏 져준 적이 많았는데 

필승법을 파훼하기 위해서 그리고 만든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더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기에 아이들과의 소통과 대화는 덤이고요. 




하지만 장점만 있어 보이는 이 보드게임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상에서는 컴퓨터가 참가자가 두는 수를 자동으로 기록해 줘서 승패를 알려주지만 여기서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서 심판이 종이에다가 오목처럼 적어야 합니다.


그 말인즉슨 세 사람이 있어야 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입니다. 다행히 아이 둘 모두 계속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당분간은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공부하다가 힘들고 피곤하면 휴대폰게임이나 컴퓨터 동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놀이도 충분히 장점이 있겠더군요.


한 줄 요약 :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기계는 없다. 하지만 고민하고 찾아보면 그에 못지않은 놀이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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