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Jul 04. 2024

내가 누렸던 편리함이 누군가의 목숨값이었나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들이 눈에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쿠팡 퀵플렉스로 일하시던 기사님이 과로사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올해 들어 두 번째입니다. 나이는 41살에 네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충격은 더 컸죠.


쿠팡 퀵플렉스는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로, 쿠팡에 간접고용되어 배송하는 택배 1건당 수수료를 받고 활동하는 노동자입니다. 그렇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쿠팡에서는 법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구조죠.




그는 평소 주 6일간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약 10시간 30분씩 근무했다고 합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이었으니 사회적 합의로 정했던 60시간은 이미 초과했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과도하게 배정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따로 아르바이트까지 구해서 일감을 나눠줄 정도였다고 하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하루 평균 300개 물품에 많은 날은 400개까지도 받아서 배송했다고 하니 돈을 떠나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물량은 아닌 듯해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특히 PDD(Promised Delivery Date)라는 개념이 문제였는데요. 배송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인데 배송기사들이 전달해야 할 물품들 중에 0.5%, 200개 중에 1개만 기일을 넘기게 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기사들은 메시지에 언급된 그대로 개처럼 뛰어야만 했던 거죠.


사실 저는 쿠팡 단골 고객입니다. 빨리 제품을 가져다주는 이 로켓배송이라는 시스템에 중독된 한 사람이었죠. 급하게 필요한 물건들은 새벽에 갖다 주니 신박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쿠팡뿐만 아니라 마켓컬리나 SSG, OASIS를 이용하시는 분들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니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리함이 누군가의 삶을 갉아먹으면서 누려왔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광고 메시지도 몹시 불편하게 느껴죠.




이렇게 노동자를 물건처럼 사용하는 기업을 이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서비스를 해지하고 이런 분위기에 많은 분들이 동참한다면 기업이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죠. 하지만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 테고 되려 일하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겠죠.


결국 강력한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보완 및 제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테니까요. 대기업에서는 항상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며 쿠팡 역시 그렇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영화 <베테랑>에서는 대기업인 신진물산의 하청업체에 고용된 트럭 운전기사가 폭행당한 뒤 투신까지 당해 식물인간이 되는 사건이 묘사됩니다. 그 영화에서도 대기업은 트럭 기사의 체불임금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을 합니다. 도의적, 도덕적인 책임만 운운하죠.


이런 문제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정말로 오래되었음에도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도저히 없는 건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조금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지만 원치 않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이런 논의 자체를 기업가들은 또 불편해하겠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지는 않지만 돈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한다"라는 어떤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릅니다. 부디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겨진 가족들도 아픔을 잘 이겨내실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한 줄 요약 : 모두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우리는 보통 유토피아라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처럼 들어는 봤지만 아직 아무도 본 적은 없는 곳.



매거진의 이전글 왜 급발진 의심 사고 기사는 고령운전자 위주로 뜨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