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학기 초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임시총회를 했습니다. 학원가가 많이 몰려 있는 이 지역에 불량한 학생들이 담배를 피고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학생, 셔틀로 만들어 괴롭히는 등 주변의 분위기를 어지럽혀서였죠.
문제는 이런 상황이 되더라도 폭행이나 갈취가 아닌 담배로 생긴 문제로는 아이들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담배를 사면 판 사람만 처벌, 담배를 피우더라도 학교에서만 징계, 담배를 소지하고 있어도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 과태료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경찰도 이런 상황에서는 따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하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소년이 편의점에서 가짜 신분증으로 담배를 산 뒤 점주를 협박을 하는 사례까지 나오기도 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들은 이런 분야에서 꽤 엄격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파는 사람뿐 아니라 사는 미성년자 모두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기다가 30개 이상의 주에서는 미성년자의 담배 소지가, 약 20개 주에선 미성년자가 흡연을 하면 처벌받도록 되어있죠. 특히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흡연 가능 연령을 기존 만 18세에서 만 21세로 상향시키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독일, 포르투갈, 영국, 아일랜드 등의 유럽 국가들은 최소 흡연 나이를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독일과 포르투갈은 미성년자의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며 스코틀랜드에선 미성년자의 흡연을 범죄행위로 보고 처벌까지 하고 있죠.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도 해외 국가들처럼 청소년 흡연에 대한 법적 처벌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을까요?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의 인터뷰에서 “미성년자의 담배를 살 때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 책임을 지우는 정책의 필요는 계속 언급되지만 현실적으로 현장에서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성년자 흡연을 범죄시 하는 사회적 시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독특한 시각도 있습니다. 한 인권교육센터에서는 “흡연이 모든 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청소년만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이들에게 미성숙하고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혐의를 씌워서 행동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금지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청소년이 흡연하고 있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죠.
두 의견 모두 좋은 말씀이고 참 바람직하고 정말 근원적인 해결책이지만 당장 영향을 받는 아이들을 지키기에는 너무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요즘에는 전자담배까지 암암리에 퍼지고 있어서 낮아지고 있었던 청소년 흡연율은 다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담배사업법에서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것만 담배로 인정하기 때문에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 니코틴이나 유사 니코틴이 들어간 담배는 법률상으로 담배가 아닌 셈입니다.
이런 담배가 아닌 녀석들은 일반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온라인에서 팔 수 있고, 미성년자에게 팔아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거기에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세금이나 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 일반 담배보다 싸게 유통될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죠.
그뿐만 아니라 경고 문구와 그림을 붙이지 않아도 되고 손목시계나 향수 형태 등으로 담배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합성·유사 담배를 접할 수 있는 장벽이 일반·전자담배보다 훨씬 낮아진 셈입니다.
거기에 무인 전자담배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점도 청소년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줬죠. 못 구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실제 질병관리청은 올해 7월 30일 청소년 5천여 명 대상의 건강 패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이 현재 일반담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미성년자에게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의 관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법령이 없다 보니 주기적인 실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청소년이 합성·유사 니코틴 담배를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이 시장이 국내에 얼마만큼의 규모로 형성되어 있는지도 말이죠. 다만 니코틴 수입량이 56톤(2020년)에서 200톤(2023년)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통해 최근 수년간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아이들이 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에 으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는 형들을 봤다고 하더군요. 오후 세 시에 말이죠.
담배의 해악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수명을 갉아먹는 담배를 팔아서 좋은 일에 쓴다고 광고를 합니다. 위선의 극치죠.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가 뇌가 아직 덜 성장한 아이들까지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냥 놔두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