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아이들과 함께 충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숙소에 있는 온천에서의 추억이었습니다.
공교롭게 저희가 온천이 나오는 숙소 내의 목욕탕을 가면 사람이 많지가 않았습니다. 게다가 목욕탕도 꽤 큰 편이었죠.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가르쳤던 터라 물속에서는 너무 신나게 놉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런 경험을 하고 난 뒤에는 꽤 오랜 시간 물을 무서워하다가 대학생 때 용기를 내어 수영을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사가 너무 불친절해서 보름도 못되어 그만두고 말았죠.
그 이후로는 물을 계속 피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한(恨)과 안전을 위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수영이 제게 희한한 방식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여행지가 물놀이가 포함된 구성이 많았던 것입니다.
아빠가 물을 싫어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그걸 이해해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따라다니기는 했습니다. 스노클링부터 리조트 수영장에 워터파크까지 아주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녀석들이 온천 냉탕에서 제게 수영하는 법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평소에는 아이들이 고맙게도 저를 대단한 아빠로 생각해 주지만 자신들이 잘하는 일 앞에서 아빠는 가르치고 싶은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결국 바가지를 두 개를 덮어 부력으로 몸을 띄울 수 있게끔 방법을 알려주고 해 보라고 합니다. 꽤 냉탕이 넓은 곳이어서 저 같은 어른도 크게 무리가 없었죠. 그런데 발을 떼면 허우적허우적거립니다.
다른 곳의 냉탕 사진입니다(출처 : 강변스파랜드)
아이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열심히 가르쳐줘보려고 하고 저 역시 그 마음을 알기에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되네요. 짧은 시간 동안의 강의는 학생의 불성실로 중도에 막을 내렸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기는 합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가 생각이 났으니까요. 아이들은 제가 못 한다고 화를 내지 않더라고요. 저도 요즘은 화를 내지 않지만 지난 시간을 반성합니다. 서로 반대의 상황이 되었으니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듭니다. 물속에서 혼자의 힘으로 떠있을 수 있다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한 일 중 하나라고 단연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둥이들의 수영수업이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