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입사전형을 치렀던 시절의 일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3차 전형 때는 그룹별 토론면접이 있었습니다. 미리 주어진 주제 중 하나를 선정해서 10여 명의 지원자들이 팀을 나눠서 토론하는 방식이었죠. 그때 나왔던 주제가 바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 가치관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강간(성폭력), 강도, 방화, 살인과 같은 일명 4대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교화보다는 최대한 강력한 처벌로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법과 법관들은 음주를 비롯해 반성 정도, 교화 가능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인권을 다루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말로 용서를 부르짖습니다. 그들을 그렇게 보살펴주는 동안 피해자가 더욱 고통받는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말이죠.
평소에 가졌던 제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김우빈과 김성균이 함께 출연하고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무도실무관>을 통해서였죠. 이 작품은 공개한 지 며칠 만에 천만 뷰를 넘으면서 전 세계에서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김우빈이 우연한 기회에 무도실무관이 되어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으면서 맹활약하는 내용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아주 간단하죠?
아마 이 단어를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 직책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는데요. 무도실무관은 대한민국 법무부 또는 관련 기관에서 주로 범죄 예방, 재범 방지, 그리고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입니다.
특히 전자발찌를 착용을 명령받은 출소자를 집중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이분들은 전자발찌 착용을 하고 출소한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감시하고 관리합니다. 눈에 띄지 않게 우리 지역의 안녕을 책임지는 중요한 임무를 하는 셈이죠. 하지만 이 무도실무관은 전국에 160여 명 밖에 없다고 합니다. 관리해야 하는 출소자들은 많은데 호봉이나 성과급은 물론 승진도 없고, 월급은 3년마다 3만 원 인상된다고 합니다. 만약에 담당지역에서 재범이 발생한다면 당일 근무자가 책임을 진다는 현직자의 이야기까지니 숨겨진 3D 직업이 따로 없습니다.
나라에서 가장 높으신 어른께서는 “MZ 세대의 공공 의식과 공익을 위한 헌신을 상기시키는 영화”라고 추켜세우며 추천했다고 하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주려고 하는 메시지를 좀 다르게 읽었습니다.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예방조치가 아직도 턱없이 미흡하다"
"쉽게 자를 수 있는 전자발찌는 왜 아직도 바꾸지 않는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처우 개선 없이 사명감으로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누가 이 일에 지원하겠는가?"
특히 영화 속에서는 아동 성범죄자와 그를 이용하는 아동성착취물 유통업자가 나오는데 정말 구역질이 나서 견디기 힘든 대목도 있었습니다. 이런 범죄자들이 아직도 같은 하늘 아래서 당당하게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고단했죠.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의 처벌에도 누진제를 적용해서 완전히 사회와 격리를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 이런 움직임은 너무나도 더딥니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전체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5.5%였다고 하는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가 도입되었음에도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현재의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죠.
특히 극 중에서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전자발찌는 생각보다 손쉽게 착용자들이 자르는 모습들이 묘사됩니다. 지금까지 이미 6차례나 재질을 강화했지만 무용지물처럼 보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발찌를 웬만해서는 자르기 힘든 금속 재질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