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신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리 강골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좀 골골대는 편이었어서 건강에는 자신 있는 편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웠죠. 그렇지만 지금까지 뜻하지 않게 세워온 기록이 있는데요. 바로 뼈가 부러져서 깁스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입니다. 보기보다 운동신경이 있는 편인 데다 워낙 안전민감증이 커서 조심한 덕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인생에 커다란 위기가 잠시 찾아왔습니다.
바로 갈비뼈가 금이 갔다는 진단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왼쪽 가슴 아래쪽이 계속 뻐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금씩 심해지더니 하루는 잘 때도 밤새 통증이 느껴져서 잠을 설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정형외과에 가서 X레이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11번과 12번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죠.
대뜸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물어보시더군요.
"혹시 골프 치시나요?"
"아뇨"
사실 골프를 배운 적은 있는데 제 성격과는 맞지 않아서 요즘에는 치지 않고 있었거든요. 곰곰이 왜 이런 사태가 촉발되었나 생각해 봤더니 딱 한 가지 의심 가는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헬스장에서 했던 '하이풀리'라는 기구였죠.
좀 더 오래 살아보겠다고 헬스장에 자주 가서 달리기도 하고 기구를 이용한 운동도 하는데 이 장비가 유일하게 하는 상체 운동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이놈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피로골절이었던 셈이죠. 피로골절은 부러지는 골절과는 달리 뼈에 가느다란 실금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약하지만 지속적인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뼈에 균열을 일어나서 발생하는 질환이죠.
정말 억울하기는 했습니다. 엄청나게 운동이라도 열심히 했다면 모를까 무리하지 않고 적당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골절이라니! 거기에 선생님이 뼈 때리는 한 마디를 더 하시더군요. 원래 환자분 나이 정도에 많이 발생하고 그래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기침이나 재채기, 딸꾹질이나 웃을 때 빼고는 크게 통증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회복이 되었는지 쉽게 판단하기가 어려워 계속 조심하고 있어서 그게 오히려 힘이 드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갈비뼈가 다치는 불운으로 인해 병원을 다니고 움직임을 조심하느라 많이 불편한 나날들을 보내기는 하지만 깁스를 하지 않았다는 기록만은 지켜냈으니 나름대로 '럭키원주'라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