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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17. 2024

배드민턴협회로부터 안세영 선수를 지킬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올림픽이 끝나면서 지구 건너편에서 열축제는 끝이 났습니다. 모두 함께 즐긴 파티 뒤에는 뒷정리가 남아있죠. 그릇도 씻어야 하고 남은 음식 정리, 집기들 옮기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일 하나가 쓰레기를 치우는 일입니다. 제일 지저분하면서도 가장 꼼꼼하게 해야 할 일이죠.


올림픽을 마치면서도 처리해야 할 잡무들이 남아있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안세영 선수가 폭로한 배드민턴 협회의 전횡을 밝히는 일입니다. 문체부에서 챙겨본다고 말은 했지만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체육회장이나 배드민턴협회에서 내놓는 말과 자료들이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인다는 느낌보다는 한 사람의 일탈, 젊은 세대의 불평불만처럼 몰아가는 듯해 보여서죠. 지금도 서로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입니다. 협회는 단 한 가지도 인정하고 있지 않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신발이 맞지 않아서 불편했는다는 안세영 선수를 보며 "이용대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라며 본질을 호도하는 소리까지 했다죠. 이 회장은 대표팀 선수들을 해병대 캠프에 입소시켜서 훈련을 시키는 등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올림픽의 성과 또한 해병대 캠프 덕분이었다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합니다.




배드민턴협회의 상황은 더욱 심합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협회에 대한 재정 자립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태권도협회와 배드민턴협회만 기부금 수입이 없었습니다. 보통 임원진이나 기업이 기부한다는 점을 봤을 때 책임은 다하지 않고 권리만 누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서 거드름만 떨고 앉아있었던 셈이죠.


거기다가 배드민턴협회가 회계 처리 없이 요넥스라는 업체와 스폰서십을 맺으며 비용의 30%를 페이백으로 받아 비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폭로까지 드러났습니다. 딴 주머니로 돈을 챙겼다는 이야기죠. 근거가 있는 사실이라면 명백한 배임 및 횡령이므로 문체부 감사가 아닌 경찰과 검찰이 개입해야 할 상황처럼 보입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배드민턴협회에 대한축구협회보다 많은 40명의 임원진이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평균 연봉 또한 일반 기업들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죠. 이런 상황임에도 안세영 선수는 국제 대회 성적이 좋음에도 연봉을 비롯해 개인 스폰서도 받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처우를 못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마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는 상황을 보며 많은 협회에서 벌벌 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배드민턴만 이럴 리 없으니까요. 이미 사격협회도 협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올림픽 도중에 사퇴하는 일까지 생겼죠.


거기에 지도자에 대한 선수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국가대표 운영지침 또한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크지만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바꿀 필요도 생각도 없다는 뜻이죠.


이렇게 회장을 중심으로 마음대로 협회를 운영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이유는

1.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는 원칙이 있어 치외법권처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인 데다가

2. 협회장을 뽑는 방식이 대의원제라서 그렇습니다.


대한축구협회나 대한체육회도 마찬가지죠. 대의원들만 잘 관리하면 능력이 없고 언론에서 아무리 비판받더라고 계속 연임할 수 있게 됩니다. 정말 중요한 선수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숙명여대 총장을 뽑은 방식처럼 체육협회도 회장 선정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숙명여대는 학생, 교수, 직원은 물론 동문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총장을 선출합니다. 그러니 그 구성원들이 원하는 공약을 가진 사람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드민턴의 새로운 여제에 대한 논란을 보고 "우리나라로 와. 원하는 거 다 해줄게"라고 했다고 합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중국의 수준이 낮다며 비판하지만 우리나라가 과연 남의 나라 욕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안세영 선수가 2017년부터 국가대표가 된 후 7년 동안 대표팀에서 선배 선수들의 라켓 줄 교체나 방 청소, 빨래를 대신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한국 체육계의 밑바닥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선후배 간의 똥군기라고 불리는 이 어처구니없고 불합리한 악습들이 아직까지도 성행하고 있다는 사이 참 충격입니다.


올림픽 출전 사상 최다 금메달이라는 빛에 가려서 이런 짙은 그늘을 없애는 노력이 흐지부지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구습을 철폐하는 노력이 성적보다 더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한 줄 요약 :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아무래도 정말 상관없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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