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진짜 역사를 좋아합니다.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역사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좋아했고 좋아하며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예정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쉽게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사능력시험을 치러 94점으로 1등급을 딴 이유도 그런 애정에서였죠.
책을 읽을 때도 매달 역사책은 빼놓지 않고 한 권 이상 읽는 편입니다. 이미 알고 내용이더라도 새롭게 접하는 부분들이 있고 저자의 다양한 관점을 존중해서죠.
그런 이유로 역사를 얼토당토않게 왜곡하려는 존재들에 대해서는 정말 경멸할 정도로 싫어합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식민사관 합리화 및 강제적인 착취에 대한 부정에 대한 소식만 접할 때면 손을 부들부들 거리면서 기사를 읽고는 합니다.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였다든지 일본의 지배 덕분에 조선인들이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거나 강제징용이나 성노예는 자발적인 지원이었다는 내용들이 그렇죠.
며칠 전 독립기념관장이 새롭게 임명되는 과정에서 큰 잡음이 생겼습니다. 신임 관장이 뉴라이트라고 하는 왜곡된 역사관을 지닌 집단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되며 그동안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망언을 일삼았던 인물로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했던 말 중에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강조하는 반면 1945년 광복의 주체적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승만 정부 또한 19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 30주년으로 기념하지만 그는 역대 대통령 모두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죠.
애국가를 작곡했지만 친일행적이 있는 안익태를 극일 인사로 평가할뿐더러 일본이 만든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했던 백선엽에게 적극적인 친일 행적은 없었으니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선엽은 이미 자신의 회고록은 통해 "우리가 잡으러 다닌 독립군 중에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다고 고백했음에도 말이죠.
거기다가 면접 때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김형석은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대한 이종찬 광복회장의 반박이 매섭습니다. "밀정이 자기를 밀정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느냐"라고 말이죠. 각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을 그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가볍게 여길 수가 없습니다. 이미 대부분 증거가 확실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광복회뿐만 아니라 독립유공자 단체를 비롯해 50 개에 가까운 역사학회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했던 말은 개인의 의견이었을 뿐 독립기념관장으로서의 활동은 다를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관장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말이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겠다'였죠. 국가보훈처장이라면 모를까 독립기념관장이라는 곳의 장이 하기에 적절한 말이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되었던 광복절 경축식 또한 개관한 이래 87년 만에 처음으로 그가 취임하자마자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관장을 뽑는 심사에서 전혀 역사와는 상관도 없는 경영대와 미대 교수들이 참여해서 지원자를 평가했다는 점도 큰 논란을 낳고 있죠. 이 정도면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습니다.
사실 건국절이 왜 논란이 되느냐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건국절이라는 말 자체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언급한 헌법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로 통칭되는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1948년을 건국절로 보고 우리나라가 탄생한 시기라고 여깁니다. 그렇게 되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게 되고 일제 강점기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고 그냥 일본에 흡수되어 지배를 당한 셈이 됩니다. 김형석 교수의 주장대로 조선인은 그 시절에 일본의 국민이 맞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안중근 의사나 백범 김구 선생, 윤봉길 열사를 비롯해 김좌진, 홍범도 장군처럼 무장 독립투쟁을 이끈 분들은 같은 나라의 요인을 암살하는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로 평가받게 됩니다. 일본이 주야장천 주장하는 바죠.
김구 선생이 가진 사상을 흠집 내어 좌우를 나눠 반공사상에 교묘하게 섞어버리니 나중에는 이렇게 본질까지 흐리게 만드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우리나라가 친하게 지내게 만들게 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 중시되다 보니 독일과 유태인들처럼 역사적인 청산은 뒷전으로 미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육군 정신교육 교재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기록한 일을 비롯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일본 강제징용의 산물인 사도 광산에 대한 우리나라의 어처구니없는 동의 또한 이런 맥락입니다.
특히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강제징용에 대한 기록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동의를 했는데 일본에 뒤통수를 맞아 더욱 아프게 느껴집니다. 더욱이 일본에게 양보하고 뒤통수를 맞는 일은 계속 생기는데 우리는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 시절을 고통스럽게 보낸 분들은 이제 대부분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으니 이제는 그 치욕스럽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남아있는 기록물과 앞으로의 기록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차곡차곡 계속 헛발질을 하며 역사를 망치고 왜곡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으니 통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나라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할 수는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늘 감사한 마음과 빚진 마음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도 이렇게 살지도 못하고 이런 글도 쓸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일제 치하에서 탄압받던 시절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용기는 감히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경탄할 뿐이죠.
영화 <명량>을 보면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대사가 있었습니다. 병사들도 아니면서 노를 저으며 전투에 참여했던 격군들이 살아남아 나눴던 대화였죠.
"나중에 우리 후손 아그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알까?"
"모르면 참말로 호로자식들이지"
대사 자체가 개연성이나 역사적인 고증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맥락에 나타나 있듯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고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희생한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일은 광복절이지만 오늘도 큰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충무공 이순신이 견내량에서 학익진으로 왜군을 대파한 한산도대첩(1592.08.14)이 있었던 날입니다. 영화 <한산>의 모티브가 된 전투죠. 과연 후손들이 벌이고 있는 이런 해괴한 논란을 이순신 장군과 독립운동을 하셨던 순국선열들이 보시면 어떻게 평가하실까요?
중요한 이웃이기에 일본과의 협력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본이 노리고 있는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도 동의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올바르게 알리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고통스러웠던 역사도 반드시 지키고 알려야 한다.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 두 번 다시 그런 치욕을 당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