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들의 가족들까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느라 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미리미리 세팅을 해놓는다고 했는데 숙소는 인터넷이 원활하지 못했으며 차도 막혀서 돌아오는 데 오래 걸렸죠. 그렇지만 이런 변수 정도는 극복했기에 매일 쓰기를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겠죠?
어제는 오랜만에 헌혈을 다녀왔습니다. 연초부터 헌혈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헌혈휴가를 두 번이나 올렸는데 사정이 생겨서 하지 못하고 취소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했던 헌혈이 올해 첫 번째 경험이었죠.
평일 오전이고 방학이며 아주 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헌혈의 집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늘 시간의 효율성을 중요시하기에 이번에도 전혈을 선택했습니다. 작년에 전혈의 바늘이 두꺼워서 가장 아프다는 사실을 간호사 선생님을 통해 처음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두려움이 생겼지만 전혈이 가장 빨리 끝나는 방식이기에 20분을 더 아끼는 쪽으로 결정했죠.
그런데 심리적인 문제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오랜만이어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따라 바늘이 너무 아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헌혈 중에 제일 바늘의 욱신거림이 심했죠. 그렇다고 빼달라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싶어서 억지로 참고 버텨내니 400ml의 혈액팩은 모두 차 있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스팩을 해주셨는데 그걸 하고 있으니 한결 나아지더군요. 다음번에도 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분간 쉬면서 군대 이후로는 거의 끊다시피 한 초코파이를 후딱 하나 뜯어먹었죠. 딱히 배가 고프거나 찝찝한 증상이 있지도 않았지만 다시 폭염을 뚫고 약속장소로 갈 생각하니 생존을 위해 쑤셔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도 배가 부르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마셨죠.
저는 헌혈을 하면 주는 사은품으로 편의점 상품권을 받았습니다. 놀러가서 아이 친구들에게 상품으로 줬는데 꽤 좋아하더군요. 원래는 문화상품권을 주로 줬는데 이번 티몬, 위메프 사태로 지급이 잠정 중지되었다는 공지가 붙어있었습니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한 피해를 만들었음을 새삼 여기서도 느낍니다.
헌혈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알림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헌혈 휴가가 생긴 이후로 웬만하면 꼬박꼬박 한 해 두 번씩은 참여해 왔습니다. 직전 이력을 보니 이번에는 거의 1년 만에 참여했더군요.
아쉬운 부분은 회사 분들께 여쭤보면 생각보다 참여비율이 높지는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바늘을 싫어하신다는 분도 계시고 연차가 찰수록 휴가 일수가 늘어나니 굳이 그렇게 해서까지 휴가를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분도 계셨죠.
그럼에도 제가 나눈 피가 긴급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밀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헌혈은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15번의 피도 좋은 곳에 쓰였을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제법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