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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Sep 14. 2024

왜 우리는 사과하지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가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인기가 많은 유튜브 채널 중에 '피식대학'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코미디 장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인데요.




몇 달 전 영양군을 여행하면서 만든 한 콘텐츠가 업로드가 되었는데 여기서 논란이 큰 멘트가 그대로 영상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빵집에서는 "여기에는 롯데리아가 없다"

식당에서는 "메뉴에 특색이 없다"라고 하더니

급기야 마트에서 산 블루베리 젤리를 먹으며 "할머니 맛.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라는 말에 이어 영양지역 하천에 와서는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라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하까지 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발언으로 인해 300만이 넘던 구독자는 이 사건으로 20만 명이나 넘게 빠지는 등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언론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서 꽤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잘못도 잘못이지만 레거시 미디어 쪽의 파이를 야금야금 빼앗아먹던 유튜버들이었기에 이런 논란은 제대로 된 먹잇감이었죠.


거기에 구독자들이 느꼈던 실망감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내용을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으니까요. 그동안 유튜브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들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얼마 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그들은 유튜브 공지로 사과문을 올립니다.  




이미 논란이 될 대로 되었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가 될까 싶었습니다. 특히 영양군에 사시는 분들이 느낀 실망감이 컸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지도 못한 정공법을 선택합니다.


바로 논란이 된 지역이었던 영양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영양을 띄워주기로 한 것이죠. 거기에 영양 군수까지 이 채널에 출연해서 용서를 하겠다고 말하니 더 이상 이 논란을 제삼자가 욕하기는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제 기준에서 봤을 때는 아이디어만큼은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영양을 욕해서 욕을 먹었으니 영양을 우리가 열과 성을 다해서 홍보해 주겠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아 보였거든요.


그런데 온라인 여론들에서는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지 못한다'

'억지로 하는 반성이다'

'어차피 초심을 잃었다'

'인성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등 열심히 그들의 노력을 깎아내리기 시작했죠. 그렇게까지 할 필요까지 있냐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어권에서는 "I'm sorry"라는 표현이 정말 자주 등장합니다. 일본에 가보면 '스미마셍'이라는 말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사과를 하는데도 인색하고 이를 받아주는 너그러움에도 인색합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남 핑계를 대거나 변명으로 급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를 하면 마치 치명적인 약점이라도 잡힌 줄 알고 덜덜 떠는 고정관념도 걸림돌이죠.


거기에 사과를 잘 받아주지 않는 너그럽지 못한 사람들도 일조를 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속이 밴댕이라서 잘 풀지 않고 꽁해있는 경우가 제법 있었으니까요. 어머니나 아내에게도 자주 지적을 받아서 고치려고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교육을 할 때도 감사, 인사, 사과는 꼭 엄격하게 하도록 지도하면서 저 또한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정한 사과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첫째, 미안하다 말하고,

둘째, 나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셋째,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로 마무리할 때만 그 행동의 진정성이 완성되고, 잘못을 한 사람도 다시 건강해질 기회가 생긴다고 말이죠.




누구나 잘못을 할 수는 있습니다. 숨을 쉬는 것조차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그러니 잘못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피식대학 사건을 보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를 제대로 하면 제대로 받아주고 용서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물론 자신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말이죠. 그 사람을 끝까지 나락으로 끌어내리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조금은 너그러워지며 어떨까요?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만 Apologize를 해야할 상황에서 Apple로 장난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사과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으니까요.


한 줄 요약 : 잘못을 하면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면 받아주는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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