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목요일에는 24시간 근무, 금요일에는 야간근무를 하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공교롭게 평소보다 야간작업도 많았던지라 몸이 꽤 힘든 상황이었죠. 이런 시기에는 낮에 졸음도 많이 오고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를 더 예민하게 만드는 일이 금요일 저녁에 생겼습니다. 바로 단지 칫솔 때문이었죠.
대강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금요일 저녁 근무 중에 식사를 하고서 양치질을 하려고 하는데 칫솔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원래 보관했던 통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없더군요. 보기와는 다르게 저는 양치질은 꽤 부지런히 하는 편이기에 이 상황이 꽤나 언짢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여기저기를 찾아보기로 말이죠. 저는 평소 정리하는데 꽤 진심인 사람일 물건을 아무 데나 두지 않습니다. 한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자책도 듭니다. 이 좁은 사무실에서도 보이지 않으니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그냥 칫솔을 하나 사러 갈까 싶었는데 왠지 그 마음은 절대 들지 않습니다. 제 성향 자체가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게 되는 상황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었죠.
네가 잃어버렸으니 네가 하루 정도는 참고 감당하여라. 뭐 이런 마인드?
결국 하룻밤 정도는 이겨내보겠다고 결정합니다. 성인이니 이 정도의 찝찝함은 참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저한테 그 정도 인내심은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평소 정신이 없어서 양치질은 잊었던 경우와는 달리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 간사하게도 제 마음이 불편함을 증폭시키기 시작합니다. 급한 대로 치약으로 가글을 했지만 나아질 리 없었죠.
게다가 오늘 오전에 곧바로 다른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양치질을 못하는 시간이 꽤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다시 심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서랍의 후미진 위치에서 칫솔을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유레카!!"
지금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으니까요. 이 소중한 낡은 칫솔로 시원하게 양치를 하고 돌아오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칫솔이 소중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 자신을 반성하면서 말이죠.
작년부터 저는 일기에 감사한 일들을 꾸준히 적고 있습니다. 쓸 내용이 많은 날도 있지만 정말 쓸 내용이 없는 날이 더 많죠.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소소한 일상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칫솔을 찾았던 일도 일기장에 가지런히 적혀 있습니다. 감사할 일이기도 하고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건이기 때문이죠.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표현은 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죠. 인간은 매우 이기적이고 쉽게 잊는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일기에 쓰는 감사로 인해 제가 조금 바뀌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서 그 또한 감사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덤으로 이렇게 철학적인 글감도 하나 얻었으니까요.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도 감사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또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서 행복하고 감사하며 자랑스럽습니다. 보이지 않는 탄압을 이겨내서 만든 뜻깊은 결과니까요.
한 줄 요약 : 이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진심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