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교대근무로 일을 하는 회사원입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피곤함이 가득한 이른 아침 7시 무렵, 사무실에는 언제나 가장 부지런한 방문객이 찾아옵니다. 바로 청소하러 오시는 미화원 여사님인데요.
미화원 여사님께서는 보통 바닥 청소를 하시는 데 그때마다 도와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의자나 다른 비품들이 바닥에 있을 때 옆으로 미는 아주 작은 호의로 조금이나마 수고로움을 덜어드리려고 하죠. 밀대를 한 손에 쥔 채 의자를 밀어놨다가 다시 닦은 뒤 다시 의자를 제자리로 끌어오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로우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미화원 여사님께 보여드린 작은 호의가 크게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바로 분리수거 때문인데요. 사실 건물에는 따로 분리수거 통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각 사무실에서 분리수거가 필요한 재활용품이 있으면 복도 한쪽에 쌓아두는 식으로 두면 여사님들이 중간중간 처리를 하는 식이었죠. 아니면 그냥 일반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제 사무실 쓰레기통도 일반 쓰레기통 하나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직원들이 캔, 페트병, 유리병 등 모든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죠.
어느 날 제가 청소하러 들어오신 여사님께 한 번 여쭤보게 봅니다.
"여사님, 혹시 이 건물은 따로 분리수거는 안 하는 건가요?"
평소 분리수거에 진심인 사람이었던 데다 이상하기도 해서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놀라웠습니다.
"당연히 하죠.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해서 내놓으면 수거업체에서 안 가져가요. 그래서 쓰레기통을 다 확인해서 다시 분리수거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이죠.
쓰레기통을 일일이 뒤져가면서 재활용품들을 따로 분류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불편해졌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다음 날 빈 종이 박스를 하나 만들어 사무실 구석에 두었습니다.
바로 저희 사무실 전용 분리수거 통이었죠. 적어도 페트병, 캔, 병 정도는 여기 담아둔다면 여사님이 일을 하실 때 수고로움이 조금 덜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였죠. 그런데 처음에는 그 박스가 놔두면 없어지고 놔두면 사라져 버리더군요. 누군가 치웠다고 생각이 들어서 결국 한 명씩 물어보고서야 버린 사람을 찾을 수 있었고 박스의 용도를 설명해 줬습니다.
이어서 근무자들이 있는 단체카톡방에 취지를 설명한 뒤에 완벽하게 정착을 시켰습니다. 아침에 청소를 하러 들어오신 여사님께도 이제 이곳은 이렇게 분리수거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죠.
그 말씀을 들으신 여사님은 청소를 하시는 내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인사보다 더 과하게 해 주셔서 되려 더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죠. 이렇게 쉬운 일이었는데 지금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고 할 수 있었다는 점은 다행이었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건물 전체에도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건의도 해볼 생각도 했습니다. 건물 전체 8층 중에 우리 사무실만 하고 있고 아직 다른 곳들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서였죠.
가끔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호의가 너무 약소하면 무슨 도움이며 상대방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말이죠. 하지만 작다고 생각했던 호의나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크게 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만 부족하다고 여겨질 뿐이나 상대방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이죠. 이런 마음가짐이 있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저는 매일 쓰는 일기에 감사한 일에 대해서 늘 세 가지씩 적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일기를 쓸 때 감사한 일, 착한 일을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쓰라고 권하죠. 이번에는 오랜만에 저도 한 줄을 비워 착한 일에 대해서 써야겠습니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한 일이었는데 남도 행복해졌으니 바람직한 일석이조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