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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Sep 12. 2024

사법연수원에서의 특별했던 교육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 저는 살면서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을 하나 하고 돌아왔습니다. 바로 고양시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의 학교폭력심의위원 특별 교육이었죠.


이 연수는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 산하 학폭위에서 딱 세 명씩만 선정해서 딱 33 명만 연수를 들었으니 나름대로 경쟁률이 높았던 교육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연수는 그동안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주로 맡으시는 학폭위 소위원장님들이 받아왔었죠.


그런데 이렇게 학부모들로 대상이 바뀌게 된 이유는 바로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된 학폭위원들의 전문성 논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대한법률, 일명 학폭법 제13조 제1항이었죠.


전문성이 부족하다! 특히 학부모 위원들이!




이런 기사들을 보며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3년 차 학폭위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학부모위원들 중에서도 전문가 못지않게 정말 열심히 준비하시고 잘하시는 분들은 변호사나 경찰 못지않은 역량을 보여주시니까요. 일부 경우를 싸잡아 비난하는 듯해 보여서 교육당국에서도 곤란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법조인 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법조인 분들을 위촉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법조인 위원님들의 출석률이 그리 높지 않아서였죠. 성원이 되지 않는데 심의를 진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7명 인원 중 4명이 출석해야 하는데 1명의 위원장에 3명의 학부모위원들로 진행해야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루에 한 건 꼴로 빡빡하게 심의를 하는 지원청도 있는데 현실적인 대안 없이 무조건 전문성 부족이라며 비판만 하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려웠죠. 이런 논란 때문인지 내부적으로 일반 학부모위원들이 특별연수로 역량을 강화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제가 이렇게 첫 수혜자(?)가 되어 사법연수원까지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차로 1시간을 넘게 달려 사법연수원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분들이 모여계셨습니다. 다들 설렘 반, 긴장 반이었죠. 이번 교육의 취지를 잘 알고 오셨던 데다가 이곳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도 적지 않으니까요.


연수 과정은 총 세 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교시는 학폭 전문 변호사님,

2교시는 행정법원 판사님,

3교시는 서울시 교육청 장학관님의 강의 순이었죠.




열띤 오전 강의를 마치고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은 어떻게 먹는지 내심 궁금했는데 특별한 외빈을 대접하는 식당으로 가서 먹게 되었습니다. 오찬이라는 이름까지 붙어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맛만큼은 좋더군요. 생각보다 성인 남자가 먹기에도 제법 많을 정도로 양도 넉넉했습니다.




그러고서 저희 지원청에서 오신 분들을 모시고 강의장 근처에 있는 법원도서관도 구경하러 갔습니다. 마치 여기에 와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말이죠. 사실 오전 쉬는 시간에 도서관을 발견한 저는 미리 회원을 가입하고 임시 회원증까지 만들어둔 상태였죠.




법원도서관은 그동안 일반인에게는 출입이나 열람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개관한 지 30년 만인 2018년에 일반인에게도 개방했고 지금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죠. 게이트를 통과한 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내부가 굉장히 넓었습니다.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죠.




3층까지 이루어진 넓은 공간도 공간이지만 이용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좌석도 제법 많았습니다. 한 명이 따로 쓸 수 있는 좌석도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죠. 새삼 이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 정말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제가 사는 곳은 대출기한이 21일인데 여기는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짧은 도서관 투어를 마친 뒤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1시 반부터 행정법원 판사님의 강의였는데 오후 수업은 분위기가 오전과는 달리 좀 무거웠습니다.

판사님께서 마지막에 제언이라는 이름으로 심의위원들에게 부탁하시는 말씀 때문이었죠. 그 말씀이 실제 현장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들으시던 분들이 하나하나 질문을 통해서 그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이 이루어졌죠.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분들이 질문을 하면서 서로 웃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불편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아마 참석한 위원님들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들로 인해 안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하셨는데 이번 강의로 그게 밖으로 그 울분이 표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행히 큰 소란은 없이 잘 마무리되기는 했습니다.


이어서 3교시까지 잘 마무리를 한 뒤 아날로그 방식의 설문지까지 제출하고서야 제법 길었던 사법연수원에서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를 얻어 교육은 물론 견학도 하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법연수원이라는 이야기를 하니 어떤 느낌인지 아직은 잘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사법고시 합격한 사람들이 교육받는 곳이었는데 


이런 기회가 더 많아져서 소기의 목적인 역량 향상도 달성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더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학부모 위원들도 정말 능력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꼭 제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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