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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힘없는 사람들만 허탈하게 만드는 김영란법

by 페르세우스 Sep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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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주부터 마트에 가면 여기저기 공간을 엄청나게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선물세트들을 봅니다. 바로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을 위한 선물세트인데요.


적게는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도 넘어 보이는 저 선물세트들은 누구에게 가는 건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명절 다음 날에 갔을 때도 꽤 많은 양이 남아있음을 보고 나서부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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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은 서로에게 감사를 비롯해 호의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말는 쉽게 갚지 못하는 고마움도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선물은 물론 밥 한 끼를 함께 먹는 일조차도 해서는 안 되는 사이도 존재합니다. 바로 업무나 사업으로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입니다. 예전에는 잘 봐달라는 의미로 이런 금품이나 향응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그 시절은 부패의 종합선물세트였죠. 


2010년쯤 저도 비슷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전기업체 사장님이 제가 타고 나간 업무용 차량 조수석에 만 원짜리 다섯 장이 든 봉투를 놓고 도망가 버리는 사건이었죠. 당황해서 그때는 대처를 못했는데 결국 그분이 그날 오후에 사무실로 일을 보러 오셨을 때 똑같은 방식으로 차에 던져놓고 도망 나오는 식으로 해결을 했습니다. 앞으로 그러시지 말라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면서 말이죠.

아마 그 시절에는 이런 비슷한 일들이 곳곳에서 제법 있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2015년 3월 26일부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이 깨끗해지고 청렴해졌습니다. 너무 강력한 처벌 규정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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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김영란법에 규정된 식사비(일명 음식물 가액)를 상향한다는 내용이었죠. 이미 국무회의에서의 의결을 순식간에 통과해 8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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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농축산물 선물세트의 상한액도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작년에 이미 올라갔습니다. 새삼 30만 원짜리 선물은 과연 어떤 사람들끼리 주고받는지 궁금해집니다.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 이 정도 금액의 선물이 과연 순수한 마음으로만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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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상한을 30이 아닌 40까지 올리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하니 대체 그들만의 세상은 어떤 곳인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그동안 이 정도 이상의 금액에 해당되는 선물들을 너무 쉽게 주고받았다는 방증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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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역에서만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라임 사태의 주범임 김봉현 씨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은 의혹을 있었던 현직 검사가 세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접대받은 사람은 세 명이었는데 한 명만 청탁금지법으로 기소되는 희한한 결과가 나왔죠. 불기소 처분된 두 명은 접대받은 금액이 96만 원씩밖에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사건이 한때 유명했던 96만 원 불기소 세트의 탄생 비화입니다.

※ 청탁금지법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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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기득권층에서는 3만 원짜리 이하 밥만 먹으라는 김영란법이 너무 빡빡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겠다 싶습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해도 한 끼에 5만 원짜리 음식은커녕 3만 원도 많지 않은데 이게 정말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인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스승의 날에 감사편지 한 장을 받을 때도 봉투에 들어있으면 꺼내서 달라고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십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죠. 예전에 봤던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 중에는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과 6천 원짜리 칼국수를 먹었는데 해임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거래처와 인당 18,000원 정도의 식사를 대접받은 뒤 인당 22,000원 상당의 2차는 자신들의 법인카드로 결제한 경우도 적발되어 감봉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함이 맞지만 요즘 언급되는 높으신 분들의 고무줄 잣대와 비교하면 힘없는 일반 국민들에게만 참 엄격하게 법이 적용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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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도 빵 한 조각을 훔쳤음에도 5년 형의 징역을 선고받았죠.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평등하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 현실은 참담할 때가 훨씬 많죠.


우리는 자유주의 사회,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극심한 양극화와 더불어 불평등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런 법만큼은 만인에게 올바르게 적용되는 사회에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억울하지 않을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법을 잘 지키려는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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