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는 2학기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여하러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1학기 때 총회와 함께 했는데 이번에도 하길래 이상하다 싶어서 한 번 찾아봤습니다. 의무적으로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공개하게끔 방침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번 공개수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1학기와는 다르게 두 번의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같은 반이어서 한 명만 가도 되기에 바쁜 아내 대신 제가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죠. 영어와 사회 과목이라고 해서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부모님들이 얼마나 오실까 궁금하기도 했죠. 1학기에는 10여 명의 어머님들이 오셨기에 아무래도 2학기 때는 그때보다는 적게 오시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교실에 도착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 반 교실 앞에 부모라고는 저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죠. 웬만하면 잘 당황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뭐가 잘못된 건가 싶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ㅇㅇ,ㅁㅁ 아빠 오셨다"라고 외치며 저의 출현을 공유하기 시작했죠.
다행히 얼마 뒤 한 분의 어머니가 더 오셔서 외롭지 않게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과도 이야기를 나눠보니 전학을 오셔서 겸사겸사 오셨다더군요. 어찌나 고맙던지요. 저희 두 사람은 조용히 교실 뒤쪽에서 수업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5교시 영어수업을 마친 뒤 쉬는 시간에 조용히 책을 읽는 건강이를 보면서 소소한 기념사진도 하나 남깁니다. 6교시는 영어와는 다르게 미리 준비한 각자의 자료들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각자 조사한 매체에 대해서 장점과 단점, 독특한 점을 알아본 뒤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이었죠. 행복이는 '아기공룡 둘리'를 고르고 건강이는 '티쳐스'로 정해서 발표했습니다.
다른 아이들 중에서도 내용, 자세, 발성에서 센스 있게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한 사람의 구경꾼으로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 반 정도의 참관수업을 모두 마친 뒤에 참관록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교실에서 나와서 돌아오는 길에도 학부모님들을 거의 뵐 수가 없었기에 중학교는 원래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 초등학교와 비교하면 자녀들의 수업에 관심이 좀 적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어머님들께 오늘 왜 이렇게 오신 분들이 없으셨냐고 여쭤보니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오시지 못한 엄마들의 상당수는 아이가 오지 말라고 해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관심은 있었으나 아이의 만류로 못 갔다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대충 알아보니 많아야 세 명이었다고 하더군요.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게 또래 관계에 예민해지는 시기라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놀라기는 했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라서 그럴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통의 부재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면 그렇게 못 오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듭니다. 아무래도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보니 이때가 소통의 맥이 조금씩 막히는 시기니까요.
요즘 조금씩 날이 선 듯한 말을 아이들이 하고는 합니다. 저 또한 상처를 받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선을 넘지는 않도록 알려주고 있죠. 굳이 부딪혀봐야 좋을 일은 없으니까요.
공부 잘하는 가정보다 화목한 가정이 되면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내년에도 학부모 공개수업이 열릴 텐데 그때는 오시고픈 마음이 있는 부모님들도 많이 오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와 함께 하는 하나의 소중한 추억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