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이 있죠. 장모에게 사위가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말로 통용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새롭게 쓰이는 말이 하나 있죠.
바로 장서갈등입니다. 요즘에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인 고부갈등 대신 장모·사위 즉 ‘장서갈등’이 더 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젊은 부부의 이혼 사유로 여성 측의 ‘시댁 갈등’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남성 측의 ‘처가 갈등’의 순위는 가장 높아졌습니다.
대가족 시대엔 시가에 며느리가 편입되지만, 핵가족 시대엔 처가에 사위가 편입되는 일명 '신 모계사회'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육아나 가사 도움을 이유로 아내가 친정에 대한 의존성이 높을수록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높아집니다.
저도 쌍둥이를 키우면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계신 어머니보다는 장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세월 동안 아무 일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지혜롭게 잘 풀어오려고 애를 써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이들의 방학 기간 동안 닷새 정도를 장모님의 손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장모님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요.
저희 집에 오실 때면 최대한 잘해드리려고 애를 썼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준비를 많이 해봤습니다.
먼저 음식도 직접 만들어서 많이 해드렸죠.
퇴근하자마자 하루는 차돌박이 숙주볶음도 만들어서 대접해 드리고
또 하루는 막걸리를 넣어만든 수육, 두부 두루치기를 만들어드렸죠.
두부 두루치기는 첫 도전이라 제 스스로도 아쉬운 포인트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 음식은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요리 같은 경우에는 다음에 친가에 가서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생채는 한 번 만들어드린 적이 있는데 원체 시간이 촉박하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요리를 해드린 적은 없었거든요.
거기에 이번에는 하나 더 얹어서 공연 관람을 시켜드리기로 했습니다.
공교롭게 엄마와 딸이 보면 좋다고 알려진 뮤지컬이 제 사무실 근처에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모님과 아내에게 의향을 물어본 뒤 예매를 했죠. 올림픽 기간이 겹쳐서 특별 할인도 받고 좌석도 좋은 위치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메노포즈>가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갱년기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이름이 알려진 출연자는 이아현 씨나 조혜련, 신봉선 씨 정도였던지라 스케일이 엄청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저처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러 갔던 두 모녀는 꽤 재미있게 공연을 즐기고 돌아온 모양입니다.
앞자리에 앉았던지라 아내는 공연 중에 신봉선 씨와 손도 잡았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더군요. 저는 신봉선 손을 잡은 손 나도 한 번 잡아보자면서 너스레도 한 번 떨 수 있었죠.
장모님이 신경 써주신 덕분에 아이들도 한결 편안하게 잘 먹을 수 있었고 게다가 저는 이번 기회에 옷도 하나 얻어 입었으니 마냥 적자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힘들었던 시기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의 조력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그동안 양가 부모님들이 저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오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말이 "이 세상에 당연한 사실은 없다"입니다.
부모님이 언제까지 곁에 계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말고 기회가 될 때마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집에서 보낸 닷새 간의 시간이 나름대로 장모님께 좋은 추억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내도 어머니께 잘하고 있고 또 노력하고 있으니 저도 당연히 이 정도 해야죠.
한 줄 요약 :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많지 않다. 혹시 안 된다면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